제목: 괜찮을까?
글/그림: 크레센트 드래곤왜건/제시카 러브 옮김: 김경연
출판사: 씨드북
발행일: 2023.3.17.
서평: 박선희(한국방송통신대학교 명예교수)
영아들은 생후 6개월경부터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구분할 수 있고, 새롭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다.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보호 기제로 발달해 가고,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 엄마나 친밀한 보육자와 헤어질 때에도 불안감을 느낀다.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부모나 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누그러지기도 한다.
『괜찮을까?』는 딸의 힘든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화를 통해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아이가 불안한 마음에서 시작한 어려운 질문에 대해 엄마는 인간적인 유머와 재치로 사랑을 담아 답한다.
천둥번개가 치면, 눈이 너무 많이 오면, 텃밭을 가꿀 때 아무것도 안 나오면, 벌에 쏘이면, 모두에게 화가 나면, 누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연극을 하다 대사를 잊어버리면, 내 춤을 좋아하지 않으면, 엄마가 죽으면 어떡하나?
엄마가 생각하기에 터무니없는 걱정으로 일축할 수 있지만 아직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에게는 하나하나가 잠 못 이루는 불안이 될 수 있다. 엄마는 아이의 불안과 걱정을 가볍게 듣지 않고 아이의 시선에서 재미있고 지혜로운 대답을 한다.
눈이 많이 오면 레깅스와 부츠, 목도리와 모자, 귀마개와 장갑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 된다는 글과 이에 대응한 실제 동작 하나하나를 소품과 색깔을 맞춘 그림으로 실감나게 그렸다. 어린 독자는 공감하고 따라 해 볼 만한 움직임이다. 텃밭을 가꿀 때는 모종을 심고 엄마와 책을 읽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다 보면 싹이 나올거고, 모두에게 화가 난다면 그 자리를 떠나 맛있는 간식을 먹거나 공원에서 걷거나 그네를 타는 등 기분전환을 해 보라고 한다. 누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외롭고 슬프겠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고 자신은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연극할 때 대사를 잊어버리면 새로운 대사를 만들어 내는 재치를 갖추라고 한다. 엄마가 죽어도 엄마의 사랑은 죽지 않는다며 늘 곁에 머물 것이라고 위로한다. 그러면 아마도 아이는 이제까지 엄마에게서 받은 사랑을 나누어 준다는 답을 스스로 찾게 될 것이라고 엄마는 기대한다.
대화체의 글에 맞추어 그려진 절제된 그림은 엄마와 아이의 풍부한 감정 표현에 초점을 맞추었다. 엄마와 딸의 검은 곱슬머리가 강조된 짙은 눈썹과 분홍색 볼은 큰 눈을 통해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을 더 잘 드러나게 해 주고, 독자가 아이의 감정을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엄마와 딸이 곁에 붙어 있거나 서로 시선을 맞추며 나누는 대화에서는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불안감이 저절로 사라지고 미소를 머금게 된다.
다수의 작품으로 코레타 스콧 킹 상(Coretta Scott King Book Awards), 페이런츠 초이스 상(Parents’ Choice Award) 등을 수상한 크레센트 드래곤왜건(Crescent Dragonwagon)은 1977년에 출간되었던 이 작품을 새로운 그림 작가와 만나 시대를 초월한 그림책을 탄생시켰다. 그림을 그린 제시카 러브(Jessica Love)는 『인어를 믿나요?』로 볼로냐 라가치 상(Bologna Ragazzi Award)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에즈라 잭 키츠 상(Ezra Jack Keats Award)을 수상한 그림 작가이다.
별것 아닌 것에도 불안해할 수 있는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불안을 잠재울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부모 역할에 대해 모델링할 수 있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