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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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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얀 토끼네 가족

작가: 프란체스카 마스케로니 글이사도라 브릴로 그림이현경 옮김

출판사: 미래엔

발행일: 2023. 11. 30.

서평: 이창기(국립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그림책 하얀 토끼네 가족은 어느 한 토끼 가족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는데 주인공 알베르토를 포함하여 5남매, 그리고 엄마와 아빠까지 모두 하얀색 토끼이다. 하얀 토끼네 가족에게는 절대로 더럽게 다니지 마라!’라는 규칙이 있으며 토끼들 자신뿐만 아니라 창문, 커튼, 식탁, 의자, 침대 등 집의 모든 곳을 하얀 색으로만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알베르토는 테오라는 갈색 토끼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세상의 토끼들이 모두 하얀색은 아니라는 사실에 놀란다. 알베르토는 테오와 놀러 나가기 위해 엄마와 아빠에게 허락을 받는 순간에도 몸에 뭐 묻히면 안 된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듣는데 엄마, 아빠의 규칙이 들어있는 이 마지막 말은 한참동안이나 알베르토의 귀에 맴돌게 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알베르토가 테오와 놀이하기 시작하면서 하얀 토끼 가족의 기존 규칙은 도전을 맞이하게 된다. 풀밭에 구르자는 테오에 제안을 따르자 알베르토는 초록으로 물들었고, 꽃밭에서는 노랑색으로, 웅덩이에서는 밤색으로, 산딸기를 먹으면서는 보라색으로, 엄마에게 드릴 개양귀비 꽃다발을 만들면서는 빨강색으로 물들었다.

 

무지개빛으로 돌아온 알베르토를 보며 엄마와 아빠는 어머나! 어디서 그렇게 더러워진 거야? 도대체 뭘 묻혀 온거니?”라고 말하면서 집안의 규칙을 어겼다며 불편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알베르토는 이 다양한 색깔들이 더러운 것이 아니며 즐거움의 얼룩이라고 설명하였고 테오와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엄마, 아빠에게 색깔별로 하나하나 자세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알베르토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와 아빠는 빙그레 웃으며 다음날 알베르토가 즐겼던 놀이를 가족구성원 모두가 함께 즐기러 나가기로 하고, 하얀 토끼네 집 안이 다채로운 즐거움의 얼룩으로 가득찬 마지막 장면으로 그림책은 끝이 난다.

 

이 그림책은 한 가정의 문화와 규칙, 그리고 가정 밖 또래의 문화와 규칙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우리는 고민해볼 수 있겠다.

 

첫째, 부모들은 자녀들이 또래집단으로부터 습득하는 문화나 규칙에 대해서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가정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고 그에 따라 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때에도 그 문화에 따라 자녀에게 다양한 규칙을 부과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민주적인 양육태도를 가진 부모라 할지라도 부모들은 대부분 부모세대에서 만들어진 가치체계를 가훈이나 규칙 등의 형태로 자녀세대에게 전달하곤 한다. 문제는 자녀의 생활반경이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각종 또래집단이나 교육기관에서 또래들을 만나고 이로써 가정 외의 문화를 접하게 된다. 이러한 문화충돌이 필연적으로 부모와 자녀라는 세대 차이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전혀 다른 가정에서 자란 친구는 그 친구가 소속된 별도의 문화를 가진 부모로부터 양육되어 전혀 다른 규칙을 내면화하였을 수도 있다. 자녀가 외래의 문화를 집으로 가지고 왔을 때 얼마나 포용적일지는 부모마다 다를 것이라 본다. 다행스럽게도, 하얀 토끼네 가족은 알베르토의 친구 테오로부터 온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알베르토의 부모가 이 즐거움의 얼룩문화에 대해 끝까지 배타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불운한 결말로 이야기가 끝났을지 모른다.

 

둘째, 어느 가정의 문화는 옳고 어느 가정의 문화는 그르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알베르토의 부모는 자녀의 친구 테오의 문화를 가져온 알베르토에게 더러워졌다고 말하였다. 무언가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충분한 근거 없이 부정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편견이자 인지 왜곡이다. 다행스럽게도 알베르토의 말을 경청하여 부모는 오해를 풀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외래문화에 대한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적극적으로 인지 수정을 하는 부모가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

 

나아가, 유아교육기관의 교사도 주류집단과 다른 배경을 가진 유아를 담당했을 때 그 유아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문화에 대해서 가치중립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통찰할 수 있다. 우리는 주류집단에서 벗어난 문화집단을 접할 때 해당 집단에서 작동하는 문화가 무엇인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부정적인 가치를 부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류집단에서 벗어난 새로운 문화로부터 주류집단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때때로 이러한 문화의 출처가 개별 문화집단들의 강점인 경우가 있다. 알베르토의 하얀 토끼네 가족도 처음에는 테오의 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했으나 외래의 문화를 수용한 후부터는 하얀 색으로만 뒤덮였던 알베르토의 가정에 새로운 즐거움새로운 색깔이 가득해지는 긍정적인 결과가 생겨났다.

 

그림책 하얀 토끼네 가족2023년에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그림책이다. 이탈리아는 한국, 대만, 아일랜드와 함께 비교적 최근에 이민을 받기 시작한 후발 이민국가이다(장한업, 2023). 다양한 가족이나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고 받아들여야만 하는우리 대한민국이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색하는 데에도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얀 토끼네 가족은 스케치 위주의 흰색 바탕에서 이야기 전개에 따라 새로운 색깔’들이 추가되는 맥락에서 채색이 하나씩 하나씩 등장하면서 점점 다채로워지는 알베르토의 가정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도 알베르토의 가정처럼 단일민족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채롭고 즐거운 사회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장한업(2023). 다문화사회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서울: 금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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