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엄마가 잠든 사이
작가: 신지아
출판사: 봄봄
발행일: 2023년 9월 29일
서평: 김세희 (본 학회 전임회장)
유아가 그림책을 보기 시작하면 글은 부모, 교사 등 성인이 읽어주곤 한다. 유아는 그림책에 익숙해지면서 글자와 그림을 구별하게 되고, 성인이 책의 내용을 말로 전달하기 위해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글자임을 어렴풋이 혹은 확실히 알게 된다. 그 즈음이 되면 아이도 스스로 읽고 싶어하고, 부모들도 한글을 가르쳐야 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한다. 유아교육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아이를 윽박지르며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요즘 부모들도 아이가 한글을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내심 고민하고 있다.
유아교육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우치는 여러 방법 중에 일명 ‘글자 그림책, 한글 그림책’을 활용하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엄마가 잠든 사이]는 유아들이 좋아할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짜임새 있는 글자 그림책이다. 이 책의 글은 유아들이 발음하면서 혀와 귀에 즐거움을 주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는 가지’, ‘나는 나비’의 공식을 벗어나 “가만히 가만히”, “나란히 나란히”로 아이들이 반복하여 발음하면서 즐길 수 있는 단어들을 찾아내느라 작가가 스스로 혹은 아이들과 얼마나 많은 단어들을 발음해보며 씨름했을지 상상이 간다. “다닥다닥', '마구마구', '바삭바삭', '사뿐사뿐', '파닥파닥” 등의 반복되는 의성어구에서 “아옹다옹”으로 변화를 주고, “쾅”하는 소리글자로 반전을 주는 묘미도 있다.
이 책의 그림은 주변의 물건을 모두 꺼내 와서 놀이에 활용하기, 주변 어질어 놓기, 먹으면서 온통 흘리기, 다투기, 만든 것 부수며 즐거워하는 등 유아들의 선천적인 본능과도 같은 행동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 속 남매의 활동은 잠든 엄마와 대조적으로 거침없이 자유롭고 매우 적극적이다. 유아들은 이 책의 그림 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할 것이다. 낱소리와 글자, 그림의 색감도 몇 가지 색으로 제한하여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마무리도 잠든 어머니를 깨우지 않고 실컷 놀아 지친 남매가 하품을 하며 엄마 곁에 잠드는 장면으로 편안함을 준다. 이 책은 유아들이 한글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고, 유아들이 손에 쥐기에도 좋은 크기의 우수한 한글 글자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