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밤중 도시에서는
글/그림/옮긴이: 줄리 다우닝/줄리 다우닝/이계순
출판사: 씨드북
발행일: 2023.9.25.
서평: 변윤희 (동명대학교, 교수)
어린 시절에는 내가 잠이 들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멈춘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발달심리학을 배우면서 이러한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조작기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모든 아이들이 하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아마 대부분 어린 시절에 내가 잠들고 나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줄리 다우닝의 『한밤중 도시에서는』은 이러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입니다. 작가는 아이가 한밤중 잠이 들고 또 잠시 깨어났을 때, 집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도시 노동자들의 모습과 교차하여 보여 줍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환자를 살피고, 늦은 시간에 호텔에 찾아온 손님을 매니저는 반갑게 맞이하고, 제빵사는 아침에 빵을 사러올 손님을 위해 빵을 만들고, 심야에도 택시는 승객을 목적지에 데려다 주고, 박물관이 문을 닫아도 직원들은 경비를 보고, 공룡 뼈에 묻은 먼지를 청소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등장하는 등장인물이 모두 편견을 깨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흑인 남자 간호사, 여자 소방관, 여자 제빵사, 아립인 여자 호텔 매니저 등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흔들고 변화하는 사회를 보여줍니다. 배경으로 사용되는 파란색은 높은 채도와 명도로 밤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 주고, 개성 넘치는 등장 인물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그림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합니다.
페어런츠 초이스 어워드, 뉴욕 공립 도서관 최우수 도서상,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문학상(APAAL) 최우수 그림책 도서상, 이르마 블랙 어워드 은메달을 포함해 많은 상을 받은 작가인 줄리 다우님은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가 주관하는 원화전에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으며, 예술 대학 아카데미에서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일러스트레이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밤중 도시에서는』 이러한 베테랑 작가의 역량이 집대성되어 깊은 밤에도 활기차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글과 그림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