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태양왕수바: 수박의 전설
글, 그림: 이지은
출판사: 웅진주니어
출판일: 2023. 5. 15
서평: 서정숙(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네이버 ‘서정숙의 그림책 이야기’ 블로그 운영자)
이지은 작가가 「팥빙수의 전설」, 「친구의 전설」에 이어 또 하나의 전설, 「태양왕수바: 수박의 전설」을 내놓았네요. 작가 이지은은 「이파라파냐무냐무」로 2021년에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유아 그림책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고, 팥빙수, 친구, 수박의 전설 3부작뿐만 아니라 「할머니 엄마」, 「종이 아빠」, 「빨간 열매」 등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어요.
「태양왕 수바」에도 역시 머리에 빨간 보자기를 두른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친구의 전설」에서는 이 할머니가 서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 호랑이와 민들레의 우정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이번 「태양왕 수바」는 「팥빙수의 전설」 때와 마찬가지로 할머니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네요.
이번 「태양왕 수바」는 전작의 전설 이야기들보다 이야기의 갈등 요소가 더 분명해진 게 특징이에요. 「팥빙수의 전설」은 할머니를 잡아먹으려던 눈호랑이가 어쩌다 팥빙수가 되었는지 그 유래를 담은 이야기였고, 「친구의 전설」은 어리숙하면서도 투박한 성격의 호랑이와 작지만 야무지고 영민한 성격의 민들레의 우정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였어요. 이에 반해 「태양왕 수바」는 날개를 빼앗긴 태양왕을 도와 할머니가 머리 둘 달린 용을 상대로 이기는, ‘대결’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지요. 이런 점에서 「태양왕 수바」는 전작들과 비교할 때 독자들이 좀 더 옛이야기가 주는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며 감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역시 전작들과 비교하면 옛이야기 캐릭터에 더 가까워요. 대개 옛이야기에는 선과 악으로 대조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태양왕 수바」에도 선인인 태양왕, 악인인 머리가 둘인 용이 등장하지요. 그러나 이 두 인물 모두 보통의 옛이야기에서처럼 독자를 압도하거나 전형적이지는 않아요. 태양왕은 태양이라는 이름이 지닌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어리숙한 면이 있는 인물로 할머니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지요. 그리고 머리가 둘인 용 또한 태양왕으로부터 날개를 훔친 행동으로 보면 악인이지만, 작은 호리병에 가두려는 할머니의 계획에 쉽게 넘어가는 어리숙함을 보면 외모만큼이나 귀여운 면이 있네요. 두 인물 모두 어린이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이지은식 창조적 캐릭터네요.
할머니는 여전히 매력적인 인물로 등장해요. 태양왕이 자신의 이름이 ‘수바’라는데 내내 잘못 알아들어 ‘수박’이라 고집하는 모습이나 자신을 도와주면 용의 보물을 주겠다는 수바의 부탁에 보물이 탐나서 두 번의 제사를 지내주는 모습은 현실적 인물처럼 보여서 웃음이 나와요. 그러다 제사가 소용없겠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는 머리 둘 달린 용을 적극적으로 유인하여 물리치고 태양왕의 날개를 되찾아 주지요. 이렇게 용기, 결단력, 지혜, 담대함을 두루 갖춘 할머니의 모습은 흡사 옛이야기 속 영웅 같아 어린이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아요.
점점 더워지는 날씨, 수박의 계절입니다. 빨간 보자기를 휘날리며 수바에게 날개를 찾아주는 용감한 할머니의 재미있으면서도 시원한 이야기, 「태양왕 수바」를 추천합니다. 더불어 「팥빙수의 전설」, 「친구의 전설」도 나란히 놓고 읽으면서 전설 3부작을 모두 감상하고 관련 문학 활동을 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