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돌 하나가 가만히 A stone sat still
글/그림: 브렌던 웬젤/ 옮김: 황유진
출판사: 북뱅크
발행일: 2022. 6. 30.
서평: 김은심(강릉원주대학교 유아교육과)
책의 겉싸개에는 푸르스름하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고 초록빛을 띠기도 한 어떤 물체와 달팽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뒤따르는 구불구불한 선을 보아 달팽이는 기어가고 있는 것 같네요. 오묘한 색깔의 물체는 제목으로 미루어 ‘돌’이겠지요. 겉싸개를 벗기면 돌은 제 모습을 조금 더 자세히 보여줍니다, 앞뒤표지를 꽉 채우는 구불구불한 선들의 반짝임으로. 앞뒤표지의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멋대로 가로지르는 흔적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앞면지와 뒷면지도 꼭 확인하길 추천합니다. 놀랍도록 긴 세월 자리를 지킨 돌에게 생긴 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돌 하나가, 가만히, 그곳에 있습니다. 물과 풀과 흙과 함께 돌 하나가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원래 모습 그대로 있던 자리에 그대로. 브렌던 웬젤Brendan Wenzel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결론은 그것이 전부이지만, 동시에 전부가 아니기도 합니다. 계곡에 놀러갔던 어느 여름을 떠올려 봅니다. 신발을 벗고 물속을 걷는 동안 헤아리기 어려울 시간에 깎여 둥그레진 돌들이 사람들의 발을 받쳐 주었습니다. 투명한 수면 아래 헤엄치는 송사리 떼를 눈으로 좇는 내내 송사리들은 주먹 한둘 혹은 어린아이 머리만 한 돌 사이를 마음껏 누비며 여름을 만끽했습니다. 그것이 부러워 돌 하나 몰래 치워 보면 놀라 도망가던 이런저런 이름 모를 생명체들.......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인 돌 하나를 식탁, 무대 또는 안식처, 심지어는 세계로 삼아 살아가는 누군가가 돌과 함께 그곳에 있습니다.
지구상의 무엇보다도 무생물에 가장 가까울 돌이 풍부한 생명의 온상이 되는 아이러니함을 제대로 즐기려면 한 자 한 자 소리 내어 읽어봐야 합니다. 작은 소리로, 혹은 조금 큰 소리로 읽어보면 그림과 글이 얼마나 곱게 어우러지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슥슥 오려 붙인 종잇조각들과 물감으로 만들어낸 그 돌의 세계. 크면서도 작은 것을 높게 혹은 낮게 보았다가, 킁킁거리고 또 맛보았다가, 환하다 어두워지고 붉었다가도 푸르면서, 거친 한편 보드라운, 안식처인 동시에 위협적인 세계를 소개하는 활자들은 우리에게 더없이 멋진 탐험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돌은 기억되어 영원이 됩니다.
작가는 영원히 그곳에 머무르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돌을 주인공 삼아, 곁에 살아가는 존재를 몇 번이고 바꿔가며 누군가에게는 단지 작은 돌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언덕이 되는 어떤 순간, 어떤 장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그런 곳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물과 풀과 흙과 함께 돌 하나가 가만히 있는 곳을. 저는 돌에서 계곡의 송사리를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