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두근두근 편의점
작가: 김영진
출판사: 책읽는곰
발행일: 2022. 4. 8.
서평: 이창기(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현대 사회에서 아동의 참여권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여전히 성인의 논리나 방식에 따른 지배를 받으며 때때로 가정과 학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배제되곤 한다. <두근두근 편의점>은 어린이들의 이러한 슬픔을 대변하는 힐링 그림책이다. <두근두근 편의점>은 여러 어린이들의 사례를 통해 이들이 경험하는 내적 갈등을 보여주고 ‘편의점’이라는 공통적인 매체가 갈등에 대한 극복을 도와주는 과정을 다룬다. <두근두근 편의점>에서는 동생이 부모의 사랑을 빼앗아갔다고 느끼는 현명이, 학교 급식 시간과 미술 시간에 억울한 일을 당한 민채, 아빠의 급한 회사 일로 아빠와 캠핑을 못 가게 된 인해가 차례로 등장한다.
첫 번째 이야기, 현명이는 밖으로 놀러 나갈 때마다 같이 가자고 하는 동생을 떼어 내려다가 동생을 울리게 되고 엄마한테 야단을 맞고 나온다. 부모가 동생만 예뻐하고 자신한테는 관심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현명이는 편의점에 도착하고 랜덤장난감이 들어있는 초콜릿을 1+1 행사상품으로 구매하게 된다. 상품을 개봉하는 순간. 제품에서 환한 빛이 나오면서 현명이의 성장과정을 담은 장면들이 영사기로 비추듯 흘러나온다. 현명이가 아기 때 사랑을 듬뿍 주던 부모의 모습, 동생이 처음 태어났을 때 현명이가 동생을 예뻐하며 보살펴주던 모습, 심지어는 ‘형이 날마다같이 놀아 줄게. 약속!’이라고 자신이 말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이 장면들을 미소를 띠며 보고 있던 현명이 뒤에 뒤늦게 따라 나온 동생이 나타나면서 시점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데 동생은 자기를 빼고 형 혼자 편의점에 온 것을 불평한다. 그러나 그 사이 형은 벌써 동생에 대한 질투나 서운함을 극복하였고 동생과 이미 확보해 둔 랜덤장난감 초콜릿을 나누며 여느 때보다도 동생을 잘 보살펴주고 친절하게 돌봐준다.
두 번째 이야기, 민채는 급식 시간에 넘어진 친구를 밀었다는 오해를 받아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미술 시간에는 물통을 쏟은 친구의 팔을 건드렸다는 오해를 받아 친구가 화를 냈지만,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고는 말을 하지 못해서 억울하고 속상하다. 이런 민채는 편의점을 찾아 신맛이 강하게 들어간 젤리 한 봉지를 구매하게 된다. 제품을 개봉하여 젤리 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민채의 몸은 아파트만큼 커져 킹콩과 같이 변한다. 몸집이 커진 민채는 도심을 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신이 학교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담아뒀던 말들을 큰 소리로 외친다. 민채는 이렇게 자신을 속상하게 했던 선생님과 친구에게 억울함을 토로한다. 현실 세계로 되돌아온 민채는 똑같은 젤리 한 봉지를 더 구매하고자 한다. 편의점 아주머니께 ‘내일 학교 갈 때 먹으려고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민채가 내일부터는 젤리의 힘을 얻어 학교에서 해야할 말은 다 하는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야기, 인해는 아빠와 단둘이 캠핑을 가서 엄마 몰래 라면까지 끓여먹기로 약속했으나 아빠 회사에 또 급한 일이 생기면서 아빠는 인해와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 시무룩한 마음으로 인해는 편의점을 찾는데 라면땅이라는 과자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아빠와의 라면 계획이 틀어진 날이기에 평소에는 안 보이던 라면과자가 눈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함께 들어있는 별사탕까지 먹던 그 순간, 신기하게도 편의점에 아빠가 나타난다. 앞선 현명이 이야기나 민채 이야기와는 달리, 인해의 이야기에서는 환상의 세계가 없고, 아빠가 나타난 이 장면은 분명히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아빠는 일이 빨리 끝나서 생각보다 일찍 퇴근한 것이었고 인해와 캠핑장에서 하기로 했던 ‘엄마 몰래 라면 먹기’를 편의점에서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녀는 편의점에 비치된 좌석 창가에 앉아 행복한 대화를 나누며 캠핑에 준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상의 세 가지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한국의 어린이들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갈등을 다룸과 동시에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독자는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들을 보고 동료의식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정서적 압박감을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대리경험을 통한 통찰은 독서치료의 대표적인 효과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이야기 현명이의 사례를 통해 독자는 동생이 미움의 대상이 아닌 보살펴주어야 하는 사랑스러운 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민채의 사례를 통해 독자는 억울한 일을 당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도 큰 소리로 억울한 점을 토로하는 주인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나아가, 더 나은 내일을 스스로 준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문제해결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세 번째 이야기 인해의 사례를 통해 독자는 종종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모나 성인들을 용서하고 사실 부모가 자신을 위해 실제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두근두근 편의점>은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 외부와 내부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독자는 직접 편의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편의점의 제품들도 우리가 평소에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이 연상될 정도로 자세하게 그려졌다. 이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은 독자의 대리경험을 극대화시킨다. 편의점이라는 친숙한 공간을 힐링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작가의 발상이 참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