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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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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왼손에게

작가: 한지원

출판사: 사계절

발행일: 2022. 9. 8.

서평: 이창기(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왼손에게>는 왼손과 오른손의 서로 다른 역할에 대해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왼손과 오른손 각각이 서로 다른 하나의 인격체라면 서로에게 어떠한 입장을 가지게 될지 생각해보게 한다. 나아가, 우리는 <왼손에게>를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여건에 처한 사람의 입장을 얼마만큼이나 깊이 고려하면서 살아왔는지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다.

 

이야기는 어느 한 오른손잡이의 양손에서 시작된다. 오른손은 왼손에게 세 가지 불만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글자 쓰기, 숟가락질, 양치질, 가위질, 빗질 등 거의 모든 일은 오른손이 도맡아서 하지만 핸드크림을 바를 수 있는 등의 혜택은 차등 없이 똑같이 보상이 주어진다. 둘째, 반지, 손목시계, 팔찌 등의 장신구들은 모두 왼손이 착용함으로써 오히려 왼손이 특혜를 누린다. 셋째,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에게 똑같이 해주어야 하는 매니큐어 발라주기에서는 오른손이 왼손에게 발라주는 것보다 왼손이 오른손에게 발라줄 때 정교함이 확연히 떨어진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손톱을 깎을 때에도 똑같은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오른손의 불만은 결국 언어적 그리고 물리적 다툼으로 이어져 오른손이 부상을 입는 결과를 가져온다. 항상 모든 일을 오른손에게 위임했던 왼손이 이번에는 자신이 나서서 젓가락질, 칫솔질, 글자 쓰기 등을 하며 부상당한 오른손을 대신해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역시 오른손만큼 성과가 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마리의 모기가 출현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모기는 왼손만 물었고 빨갛게 부어오른 왼손의 가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주체는 오른손밖에 없음이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왼손과 오른손이 협력하여 하고 맞부딪침으로써 모기를 잡게 되고 왼손은 난생 처음으로 오른손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제목 <왼손에게>는 왼손이 처음으로 건낸 이 한마디 고마워.”에 대한 오른손의 대답으로서 오른손이 왼손에게어떤 대답을 하게 될지 여운을 남기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작가 한지원은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고생하는 오른손, 그리고 이면에서 나름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왼손을 모두 생각하여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은 왼손과 오른손처럼 각자 서로 입장이나 속성이 다르지만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도 업무의 양이나 그 보상이 동등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를 풍자한 것처럼 보인다. 서로 다른 주체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곧바로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서로를 조금만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배려한다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서로 협력하여 이루어내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한 손으로 하는 일보다는 양손으로 하는 일들이 훨씬 많다. 각종 자조기술을 비롯해 운전, 스포츠, 타이핑, 신발신기, 뚜껑 열고 닫기, 종이 자르기 등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만 일을 완수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주방 일의 경우 오히려 왼손의 역할이 더 큰 경우도 있다.

 

뉴스에는 종종 고용주와 피고용주, 노사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파업 등과 같이 왼손과 오른손 간의 갈등이 보도되곤 한다. 또 한편으로는, 가사나 양육을 놓고 부부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는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까지 한다. 누군가가 자기자신을 오른손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편해보이는 왼손이 부럽고 얄밉게 보일 수 있다. 한편, 자기자신을 왼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른손이 중요한 일에 자신을 끼워주지 않아 오른손이 모든 일을 혼자서 주도한다고 생각하며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세상이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필요로 한다는 것이며 왼손, 오른손 모두 우리 사회를 작동하게 하는 중요한 주체라는 점이다.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여 불가능다고 여겨겼던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채색보다는 스케치 위주로 그려진 손 그림은 왼손과 오른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연필, 칫솔, 매니큐어 등 일부 사물은 채색하여 독자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간단한 글은 각 그림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 글과 그림의 조화조차도 작가가 추구하는 왼손과 오른손의 역할처럼 서로 협력하여 독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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