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서쌩크 탈출
글/그림: 이영경
출판사: 글로연
발행일: 2022.06.03.
서평: 변윤희 (동명대학교, 교수)
모든 작품에서 유머와 해학을 보여주었던 이영경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심각한 것보다는 해학적인 것에 끌리고, 골동품이나 전통문학, 음악이나 공연예술에 매료되는 것은 유머라는 쉼표가 숨통을 트이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인터뷰 말처럼 작가의 작품에서 유머가 표현된 부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번에 작가는 『서쌩크 탈출』에서 유머와 해학을 동물권과 경쟁 구도의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에 버무려 현대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쥐 가문에 태어났기에 서(鼠) 씨 성을 가지게 된 쌩크는 이기나지나연구소에서 실험 쥐로 살고 있었습니다. 쌩크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채소밭을 찾아 탈출을 감행합니다. 그러나 고양이인 이기나지나 박사에 잡혀서 감금을 당합니다. 이기나지나 박사는 자신의 연구소에 쥐들을 가두어 두고 매일매일 게임을 시켰습니다.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거듭하며 쥐들은 지쳐가고 병들어가지만 이기나지나 박사는 ‘핵뚜껑파워엑스’를 만들어, 이것만 마시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쥐들을 꼬드깁니다. 쥐들은 박사에게 속아 핵뚜껑파워엑스를 마시고, 이후 연구소는 배탈이 난 쥐들로 인해 똥 바다가 됩니다. 그런데 그 똥의 모양이 쥐의 것이 아닌 사람의 것이고, 무슨 일인지 박사는 눈 사람 똥을 조심스럽게 병에 담습니다. 연구소가 아수라장이 된 틈을 타서 하수구를 통해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쌩크는 할머니가 이야기하셨던 채소밭을 찾아 신선한 채소를 맘껏 먹고 뱃속의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그때 화장실에 버려진 신문기사에서 이기나지나 박사의 계략을 알게 되고, 분노한 쌩크는 연구소에 갇힌 벗들을 구하게 됩니다.
작가는 낡고 잘못된 체제를 털어내지 못하고 허덕거리는 우리의 교육 환경 또는 학교 현실을 이기나지나연구소에 비유했으며, 강요하고 경쟁과 줄 세우기로 어려서부터 자존감의 싹을 잘라 버리는 오랜 교육 관행을 이기나지나 박사가 행하는 ‘게임’으로 나타냈습니다. '이기나지나연구소'는 행복하지 못한 모든 상태에 관한 은유입니다. '이기나지나 박사'는 자신도 결국은 가짜 삶을 살면서 타자를 착취하는 사이보그 악당입니다. 작가는 동물 실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시작했지만 곧이어 우리네 현실 이야기가 흘러 들어왔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제와 내용은 이렇듯 무겁지만 힘을 빼고 밝은 색으로 표현된 그림은 작가의 유머와 해학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상은 힘들고 어려운 문제로 가득하지만 이러한 세상을 웃음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자고 말하는 듯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