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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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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네가 자라면

/그림: 소피 라구나/ 주디 왓슨/ 옮김: 황유진

출판사: 핑거

발행일: 2022.5.16.

서평: 박선희(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왕관을 쓰고 무지개색의 화려한 망토를 길게 드리운 채 검을 든 소년이 강아지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의 속표지는 탐험의 시작을 알리며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첫 장을 넘기자마자 턱을 괴고 앉아 실망스런 표정을 한 주인공은 아기 침대에서 곤하게 잠만 자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좌절감은 야생탐험에 대한 상상을 충동질한다. 앞으로 자라면 동생과 함께 할 탐험과 놀이에 대한 소망을 글과 그림으로 아름답고, 매우 정교하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공감과 생동감을 주고, 형제간의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다.

 

두 형제는 강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정글을 달리며, 덩굴로 가려진 동굴에 숨어도 보고, 조개와 나무토막으로 바닷가에서 성을 쌓으며 하늘에 날고 있는 갈매기들, 바닷속의 해초와 게, 물고기들과 한데 어루러져 한껏 신이 난 표정이다. 별이 쏟아지는 밤에는 지붕에 침대를 만들고 별빛 아래 용, 왕관, 검이 나오는 이야기책을 읽고 파도의 자장가를 들으며 밤을 보낸다는 것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로망이다.

 

좀 더 자라면 넓은 바다로 항해를 한다는 야망, 노를 젓고, 물을 뿜는 고래, 물고기를 잡는 곰, 하얀 눈 위에 천막을 치고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형제와 강아지의 모습은 거대한 빙하와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 속 낭만을 선물하고, 눈바람을 헤치며 달리는 들개들의 야생적 속도감까지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점차 자연 속 핫·쿨의 대비를 스토리상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마치 긴 시간을 여행한 듯하다.

 

모험의 정도는 더 강해진다. ‘새로운 땅을 찾아가자.’라는 글과 쌍안경 모양의 렌즈에 클로즈업한 물개와 등대를 배경으로 헤엄치는 고래들의 모습에서 좀 더 큰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냥 평온한 바다가 아니라 폭풍이 몰려와 배가 출렁이고, 바닷속으로 빠지는 아이, 집어삼킬 듯한 파도 속에서 물에 빠진 형제를 구하려고 힘껏 손을 뻗는 위기의 모습, 거친 붓질에서 느껴지는 험난하고 무서운 파도는 탐험의 절정을 이룬다. 바로 다음 장면의 결말에서 탐험을 다녀온 뒤 이제는 아기 침대가 아닌 천으로 드리운 텐트 속에서 형이 동생을 안은 채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성장과 안정감을 보여준다.

 

글에 대응하는 화려하고 야생적이며 생명력이 넘치는 색채의 그림으로 독자를 황홀하게 하고, 마치 함께 한바탕 탐험여행을 하고 온 듯한 느낌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35배나 된다는 호주의 광활한 땅이 주는 다양한 지형과 기후에 영감을 얻은 듯 거대하면서도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디지털과 전통적인 방법을 활용해 색, , 자연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예술가로 알려진 작가답게 실감나게 그려낸 주디 왓슨의 그림은 소피 라구나의 글과 조화를 이루어 한편의 걸작을 만들어 내었다.

 

야생탐험에 대한 상상력을 글과 그림으로 절묘하게 표현해내어 독자로 하여금 실제 모험을 체험한 듯 흥분과 감동을 주는 이 그림책은 단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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