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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날까 봐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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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날까 봐 그랬어

/그림: 나넨/ 옮김: 문주선

출판사: 후즈갓마이테일

발행일: 2022.4.21.

서평: 박선희(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혼날까 봐 그랬어. 실은...” 사실대로 말하면 어떻게 될지 지레짐작하고 벌이는 소박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스토리,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만한 상황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깨달음을 주는 그림책이다. 면지에서부터 할머니가 계단을 올라가는데 문이 빼꼼 열려있고, 화분은 쓰러져 있다. 화분을 세워놓고 문을 열자마자 놀란 표정의 할머니의 시선은 오른쪽 아래 구석에 겁을 먹은 듯 바라보고 있는 작은 체구의 아이에게 향한다. 깨진 화병과 흩어진 꽃들, 넘어진 의자, 벗어 던져진 신발, 비뚤어진 액자 등은 제멋대로 자유분방한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케한다.

 

큰일 내고 들킨 상황을 어린 독자들도 즉시 알아차린다.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범인이 고양이라고 하자 아이 옆에 새로운 아이가 돌출한다. 거짓말이 사람으로 가시화됨으로써 거짓말을 보이게 하여, 어린 독자들에게는 더욱 쉽게 다가갈 듯하다. 변명을 할 때마다 늘어나는 새로운 거짓말 캐릭터, 이전의 거짓말 캐릭터들은 흐려지지만 사라지지는 않고, 거짓말의 주체인 아이는 흐려지지도 않는다.

 

거짓말의 3요소는 말로 표현되는 내용이 거짓이고, 화자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듣는 사람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와서 쫓아내려고 했는데도 안됐다는 작고 하찮은 거짓말, 할머니에게 원피스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하얀 거짓말에도 끄떡없이 끈질기게 추궁하자 옆집 친구가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비겁한 거짓말을 할 때까지 아이와 거짓말 캐릭터들은 모두 할머니를 쳐다보며 믿어주기를 바라는 표정이다.

 

마침내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내 손이 그랬어요. 팔에서 손이 떨어져 나가더니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거 있죠.” 이제까지 어느 것보다 덩치가 큰 거짓말 캐릭터가 아이 뒤에 나타났고, 다른 거짓말 캐릭터들은 더 이상 할머니가 속아주기를 기대하지 않는 듯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나쁜 거짓말이라고 규정하며 격하게 호통치는 그 순간, 할머니도 똑같이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너 이제,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질 거다!” 그 순간 할머니 등 뒤에도 똑같이 가장 큰 거짓말 캐릭터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상황이 반전된다. 아이는 여러 번의 작은 거짓말들과 마지막의 큰 거짓말을 한 반면, 할머니는 한 번에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아이의 거짓말들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할머니의 거짓말은 확인 가능한 것이다. ‘오호, 코가 안 길어졌네. 할머니 거짓말쟁이!’라고 하듯 모든 거짓말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할머니를 쳐다본다. 따가운 시선을 회피하려는 듯 할머니는 갑자기 용이 나타났다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 뒤에 나타난 봉제인형 같은 커다란 용은 이제까지 어떤 거짓말보다 믿기 어렵기 때문에 감추고 싶었던 진실이다. 정말 아이가 감추고 싶었던 진실이 밝혀지자 그 용의 품에서 할머니와 아이 모두 평온한 안식을 취한다.

 

그림 텍스트에서 보여주는 할머니와 아이의 힘의 관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던 비난과 윽박지름의 방향성, 더 큰 거짓말로 증폭되면서 커지는 거짓말 캐릭터의 크기, 할머니가 아이와 똑같이 거짓말을 했을 때의 거짓말 캐릭터의 동일한 크기 등이 글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또한 크레용을 사용한 색의 조합과 덧칠에 의한 세련되지 않은 거짓말 캐릭터들의 그림은 매끈하게 포장된 악의적인 거짓말이 아닌 초보자의 소박함을 느끼게 한다.

 

아이의 거짓말의 이유를 아이의 관점에서 말해주고 어른의 모순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배움을 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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