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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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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빨간 늑대

, 그림: 마가렛 섀넌

출판사: 키위북스

출판일: 2022. 4. 1

서평: 서정숙(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네이버 서정숙의 그림책 이야기블로그 운영자)

 

 

빨간 늑대는 이미 2003년에 한 차례 번역되어 나왔다가 올해 다시 나온 그림책입니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학생이나 교사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그림책 강의를 하는 저로서는 이번 복간 소식이 아주 반갑네요.

 

빨간 늑대는 옛이야기에 나오는 요소들을 근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선 왕과 공주가 등장해요. 공주인 로젤루핀은 옛이야기인 라푼젤에서처럼 높은 돌탑 꼭대기 방에 갇혀 지내지요. 왕은 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바깥세상으로 못 나오게 하지요. 바깥세상은 무섭고 험하다는 점을 딸에게 알려주는 옛이야기로 빨간 모자도 떠오르네요. 빨간 모자는 엄마 심부름으로 아프신 할머니께 음식을 가져다드리는 과정에서 엄마가 가라는 길이 아닌 길로 들어섰다는 이유로 늑대에게 잡아 먹혔으니까요. 빨간 늑대의 빨간 옷과 늑대라는 소재는 빨간 모자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또 다른 이유지요.

 

그러나 빨간 늑대의 로젤루핀은 라푼젤이나 빨간 모자와는 달라요. 누군가 로젤루핀의 일곱 번째 생일에 황금 상자 안에 털실과 무엇이든 뜨고 싶은 걸 뜨세요라는 글을 보내주었는데, 로젤루핀이 털실로 처음 뜬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놀랍게도 빨간 늑대 옷이에요. 로젤루핀은 자신이 뜬 빨간 늑대 옷을 입고 커다란 늑대가 되어 돌탑 꼭대기 방을 탈출합니다. 돌탑 꼭대기 방에서 늘 내려다보기만 하던 세상 속으로 직접 나가보기 위해서지요. 왕을 비롯한 사람들은 로젤루핀이 빨간 늑대에게 잡아먹힌 줄 알지만, 빨간 늑대 옷을 입은 로젤루핀은 마치 진짜 늑대라도 된 양 신나게 춤추고, ‘아우우소리 내며 노래도 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분출합니다.

 

그러더니 로젤루핀은 빨간 늑대 친구들을 찾아 숲속으로 들어가요. 이때 나무들이 점점 커져요. 그리고 어느 순간, 로젤루핀이 입고 있던 늑대 옷의 실이 풀리면서 나무 여기저기 빨간색 실만 걸려 있을 뿐 로젤루핀도, 빨간 늑대도 흔적 없이 사라져요.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로젤루핀이 이제 거대한 자연과 하나가 되었고, 이로써 로젤루핀의 욕구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마음이 치유되었으며 정신적으로 성장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니까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왕은 딸을 사랑한다는 신념을 고수하기라도 하듯, 궁으로 돌아온 로젤루핀을 세상으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다시 탑에 가둬요. 한층 성장하여 돌아온 로젤루핀, 이에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자신을 위해 목도리를 떠달라는 왕에게 생쥐 모양의 잠옷을 떠 주네요. 작은 생쥐가 되어 높은 방에 갇힌 채 자유로운 바깥세상을 내려다보는 왕의 모습을 담은 마지막 장면은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장면으로, 부모들에게는 뜨끔한 장면으로 기억되리라 봅니다.

 

이 그림책은 지나치게 자녀를 통제하는 부모와 자녀의 모습이 아주 절묘하게 잘 표현되어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심장을 동시에 두드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온전히 해낸 주인공 덕분에 통쾌함이 느껴져서 심장이 뛸 것이고, 부모는 부모대로 혹여 내가 그림책 속의 왕 같은 부모는 아닌지 반성하느라 심장이 두근거릴 거예요.

 

작가인 마가렛 섀넌은 빨간 늑대이외에 거의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이 없지만, 이 책에서 그가 보여준 부모와 자녀의 모습은 아주 상징적이면서 의미하는 바가 클 뿐 아니라 빨간 늑대와 숲의 색깔 등, 그림도 매우 인상적이에요. 앞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를 더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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