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감정은 무얼 할까?
글/그림: 티나 오지에비츠/ 알렉산드라 자욘츠/ 옮김: 이지원
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21.08.06.
서평: 박선희(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감정은 무엇인가?’, ‘이런 감정일 때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감정은 무얼 할까?’라는 제목부터 색다름을 준다. 대부분의 감정에 대한 책들은 주인공이 어떤 감정으로 행한 행위나, 그런 감정에 대한 대처가 플롯으로 전개된다면 이 책은 감정 자체가 의인화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감정의 정체를 간단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주는 비유와 은유의 글과 그에 일치하는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 신선하고 독특하다.
31가지의 감정-호기심, 즐거움, 감사, 두려움, 상상력, 평온, 미움, 열등감, 자유, 반가움, 연민, 수치심, 자존심, 용기, 행복, 참을성, 슬픔, 신뢰, 불안, 향수, 친절, 기쁨, 분노, 공포, 만족, 그리움, 희망, 외로움, 미움, 우정, 사랑-이 주인공으로 주체가 되어 각 유형의 감정이 글과 그림으로 양면펼침의 한 장면을 이룬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글과 그림의 일치관계로 쉽고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령 ‘불안은 저글링을 해.’라는 문장에 대한 그림은 주인공이 불안감에 가득 찬 눈으로 외발자전거를 굴리며 저글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열등감은 철창을 만들어.’라는 글에 대해서는 감정 주인공이 만든 여러 가지 모양의 철창과 만드는 모습이 양면펼침 장면의 곳곳에 나열되어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종류의 열등감이 있었는지 쉽게 공감하고, 살면서 열등감을 느낄 때 이 장면이 위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재미를 주는 요소로서 감정 주인공은 사람의 신체 구조를 가진 동물로 자유롭게 변형된다. ‘감사는 주위를 따뜻하게 해.’라는 글에 대해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뜨개질하는 포근하고 따뜻한 모습, ‘미움은 예쁜 것이라면 모두 짓밟아.’에 대해서는 두 개의 발이 다섯 개로 변신하고, ‘열등감은 철창을 만들어.’에 대해서는 털이 쭈볏쭈볏 서 있는 모습으로 열쇠줄을 감고 있다. ‘연민은 도로 위의 달팽이를 구해 줘.’에 대해서는 어려울 수 있는 단어인 연민에 대한 주석(가엽고 불쌍하게 여기는 감정)과 달팽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도움의 손길을 주는 모습. ‘수치심은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두더지처럼 들어가 있지.’에서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은 듯 두 손으로 양 눈을 가리고 웅크린 채 앉아 있는 모습, ‘분노는 폭발해.’에 대해서는 크게 벌린 입으로 글 텍스트를 집어삼킬 마냥 털을 한껏 세우며 분노가 폭발하는 것 같은 모습을 클로즈업하였다. 펜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고, 절제된 색의 사용으로 감정을 더 잘 드러내게 한 점 또한 작품성을 높이고 있다.
이 모든 감정은 바로 우리 안에 살고 있다는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다양한 감정의 주인으로서 자신을 이해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의 대표적 작품이라고 본다. IBBY 폴란드 2020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우리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어린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