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점프 점프
글・그림: 정인석
출판사: 고래뱃속
출판일: 2021. 7. 12.
서평: 김세희 (KBBY 전임회장)
30여 년 전쯤 친구 방문차 미국 San Diego에 갔다가 우리 가족은 <씨월드>의 돌고래 쇼를 볼 기회를 가졌다. 이 그림책을 보며 그 당시 돌고래를 보려면 바다로 가야하고 바다 근처에서 돌고래 쇼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를 돌아보게 된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바다 옆 수족관에서 태어나 돌고래 쇼를 위해서 훈련되는 핑크라는 이름의 돌고래이다. 바다 옆 수족관은 바닷물을 수시로 바꿔 채우기도 용이하고, 고래들을 잡아서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다 옆 수족관에서 바다를 모르고 자라는 핑크 같은 돌고래가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수족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야생 돌고래에 비해 수족관에 적응하는 과정 없이도 훈련이 가능하다는 전문가의 해석까지 신문기사에 실린다. 핑크는 ‘세상에서 가장 높이 뛰는 돌고래’가 된다. 사실 핑크는 쇼를 하면서 점프할 때 볼 수 있는 물결이 출렁이며 햇빛에 반짝거리는 바다를 더 많이 보고 싶어 높이 더 높이 점프하는 것이다.
바다에서 온 거북이가 들려준 바다에 대한 이야기는 핑크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는다. “바다는 모든 생명의 고향, 생명의 어머니, 생명력 그 자체야” 또한 “바다는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몹시 위험해. 이곳이 안전하고 행복한 곳인지도 몰라.” 바다의 위험성까지 알게 되었지만 핑크의 바다에 가고 싶은 열망은 커지기만 한다. 바다를 보고 싶은 열망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도 핑크의 행복감은 점점 줄어든다.
드디어 핑크가 바다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찾아온다. 핑크가 수족관 차에 실려 이동하게 되었을 때 넓은 바다, 즉 ‘진짜 바다’를 보게 된다. 그때 핑크의 놀라서 빛나는 눈이 한 장면 가득 클로즈업된다. 핑크는 힘차게 뛰어 올라 바다로 뛰어든다. 때로 수족관보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마땅히 있어야 할 곳 드넓은 바다에서 핑크가 사람들의 애완동물이 아닌 진정한 돌고래로 동료들과 함께 헤엄치며, 짝을 만나 사랑하고 아기도 낳아 기르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되었기 바란다.
핑크가 살아야 할 곳은 바다이지만, 돌고래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인간들의 욕망과 상업적인 목적이 결합하여 수족관이라는 인위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로 관객이 줄어든 씨월드의 돌고래들은 잘 쉬고 있을까? 아니면 모두 바다로 방류되었을까? 갑자기 그들의 안위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