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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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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 다비드 칼리 / 그림: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 옮김: 황연재

출판사: 책빛

출판일: 2021. 6. 30

서평: 서정숙(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밤이 깊었는데 휴고는 잠이 오지 않는다. 왜 잠이 오지 않는 걸까? 휴고는 숲속 다른 동물들에게 물어보러 다닌다. 코끼리, , 원숭이, 호랑이, 가젤에게 차례로 물어보는데, 모두 자신의 잠을 방해하는 휴고를 못마땅해한다. 자신은 자야겠으니 다른 동물에게 물어보라고 점잖게 돌려보내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휴고때문에 잠을 자다가 깼다며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는 동물도 있고, 심지어 자신의 잠을 또 방해하면 당장 잡아먹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동물도 있다.

 

이렇게 같은 내용의 질문에 비우호적인 대답이 반복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휴고가 다음으로 찾아간 악어의 대답은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어놓는다. 휴고는 박쥐라서 낮에 자니 밤에 잠을 자지 않는 거란다. 휴고가 박쥐였다고? 왜 몰랐지? 독자는 책장을 앞으로 넘기며 휴고의 외모를 다시 살펴본다. 작가는 독자가 휴고를 박쥐일 거라고 눈치채지 못하게 휴고를 일부러 흰색으로 칠했음을 알 수 있다. 이어서 휴고만 원래의 색(까만색)과 다른 흰색 박쥐로 그린 것이 아니라 숲속 나무와 동물들도 모두 자홍색, 귤색, 청록색 계열의 비현실적인 색으로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색빛 바탕색에 이들 3색상을 겹쳐 그려 깊은 숲의 침침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밝고 생동감 있는 정글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동시에 이야기에 환상성을 입혀 박쥐를 비롯한 동물들의 사실성 여부에 시비할 수 없게 하였다. 글 내용에 대한 그림 작가의 탁월한 선택적 전략이라 평가할 부분이다.

 

악어의 발설에 의한 반전 이후, 정글 속 동물들은 모두 잠이 든다. 밤새 뜬 눈으로 지내던 휴고는 해가 뜨자 마침내 잠이 들었고, 반면 다른 동물들은 잠에서 깨어 정글 안은 시끌벅적해진다. 이에 휴고가 잠을 깨더니 하는 말, 제발 조용히 좀 하란다. 정글에 너희만 있는 게 아니라면서! 휴고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동물들의 표정에 독자는 그들과 한마음이 된다. 휴고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다.

 

이 그림책은 나는 기다립니다, , 완두, 모두를 위한 케이크등의 작품으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유머가 있으면서도 생각거리를 주는 다비드 칼리의 작품이다. 그림 작가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는 2021년 볼로냐 아동국제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터로 선정된 작가로,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과 패턴에 그의 개성이 오롯이 잘 담겨 있다. 이국적인 패턴과 색채의 감상만으로도 즐거운 책이다. 이야기 플롯은 앞서 보았듯이 처음에는 단순하게 같은 질문과 답이 반복되다가 흐름이 한 번 바뀌는 전환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에 또 다른 방식으로 반전을 이루면서 이야기가 끝나므로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책 내용에 좀 더 머무르면서 휴고의 행동에 대해 인물평을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밤에 활동하는 자신의 습성을 미처 몰라 괴로움을 겪었던 어리석음에 대해서, 또는 자신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이의 평안함이나 권리를 침해한 이기심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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