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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의 남극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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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 과학자의 남극 편지

: 안나 카브레 알보스 / 그림: 마리오나 톨로사 시스테레 / 옮김: 성초림

출판사: 한솔수북

발행일: 2021.4.12.

서평 : 정대련(동덕여자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엄마 과학자의 남극 편지안나 카브레 알보스가 글을 쓰고,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오나 톨로사 시스테레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안나 카브레 알보스는 천문학과 우주론을 전공한 기후물리학자이자 해양학자로서, 기후 변화를 둘러싼 정치적 결정에 여성의 참여를 높일 목적으로 마련된 홈워드 바운드(여성 과학자 리더십 프로젝트)”1년간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99명의 여성과학자들과 함께 남극을 탐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포함한 세상 모든 아이들이 심각한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와 남극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대해 관심 가지고 쉽게 읽고 알아가고 실천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의 비밀스러운 삶엄마 과학자의 남극 편지를 썼습니다. 코비드19, 팬데믹 시대에 바이러스의 위협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빙하가 녹으며 초래되는 수많은 재앙들을 목도하면서, “여성과학자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그림책으로 펴낸 것이지요.

 

과학자가 전하는 정보를 매력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마리오나 톨로사 시스테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우리가 느끼고 배우는 것,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감동시키는 것을 일러스트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주로 종이에 물감과 아닐린을 사용하여 콜라주 기법의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번 책에서도 단순화된 직선을 강조한 기하 도형적 그림으로 캐릭터들을 콜라주 기법처럼 보이도록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번역자 성초림은 스페인어 통번역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하며 스페인어권 어린이 책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시리즈부터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등 스페인어로 쓰여진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등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며, 2015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빠지직빠지직 얼음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빙하가 점점이 떠있는 남극의 새벽바다 수평선 위로 오렌지 빛 해가 떠오르자, 쇄빙선의 둥그런 차창 너머 물범이 인사합니다. 물위에는 1/10 만 보일 뿐, 9/10 는 물속에 잠겨있다는 빙하를 피해, 쇄빙선을 타고 조심조심 남극을 향해 전진하는 엄마과학자들의 뱃머리로 하루에 크릴새우 1-3톤을 먹어치우는 혹등고래 밍크고래 등 하얀 숨을 몰아쉬는 커다란 고래가 다가옵니다.

 

엄마과학자들은 남극행 쇄빙선 위에서도 연구를 쉬지 않습니다. 해양학자는 남극 바다에 사는 동물과 식물플랑크톤의 종류를 탐색하고 바닷물 소금농도를 측정하고, 조류학자는 남극 하늘을 날고 있는 새의 종류와 펭귄의 개체수를 확인하면서, 폭풍우 넘어 마침내 남극에 도달합니다.

 

하얀 눈빛 얼음만 가득한 남극 대륙은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저 멀리 빙산들이 빠지직 빠지직 소리를 내며 녹아떨어지고, 물고기 사냥해서 펭귄 하이웨이(Penguins’ highway) 길 닦으며 아기 펭귄 기다리는 육지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젠투펭귄 아델리펭귄 턱끈펭귄들이 여기저기 분주하고, 웨들해 물범들도 뒹굴뒹굴 무리지어 기웃거리고, 윌슨바다제비 남극제비갈매기 남극도둑갈매기 등등 다양한 새들 위로 3미터에 이르는 크고 하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앨버트로스들이 남극 하늘 높이 날고 있습니다.

 

남극 대륙에 오른 엄마과학자들은 각자 역할에 착수합니다. 기상학자는 남극 공기의 질을 측정하고, 바다 생물이 궁금한 해양학자는 잠수를 준비하고, 식물학자는 남극의 이끼를 관찰하고, 지질학자는 남극의 얼음형성기를 가늠하고, 동물학자는 펭귄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남극 탐험에 바쁜 엄마과학자들 머리 위에서 남극의 해는 수평선 뒤로 숨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엄마과학자들은 어둠을 그리워하며 지지 않는 오렌지 빛 태양 아래 잠을 청합니다.

 

마침내 3주간 추운 남극 탐험을 마친 엄마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시간을 보냅니다. 과학자 엄마는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에서 인간과 동물이 오래도록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마음을 다집니다.

국제남극관광협회(IAATO)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1~2012년 시즌에만 남극을 찾은 관광객이 26,519명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남극이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만나는 미지의 대륙이지만, 북미나 유럽 국가에선 이미 1990년대부터 유명한 관광지였습니다. 한편 미국·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공동으로 만든 극지연구협력단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08년 여름 시즌에만 7만여 개의 씨앗이 방문자들에게 묻어 남극대륙에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과 관광객들에 의해 유입된 씨앗의 절반가량은 극지의 차가운 얼음 땅에 냉동 보관되다가 결국 남극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촉발제가 되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이랍니다. 우리나라도 남극세종기지, 대한민국 쇄빙연구선 아라온, 남극장보고과학기지 등을 구축하며 남극 연구에 참여한지 30여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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