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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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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루리, 어떡해! (Poor Louie)

·그림: 토니 퍼실 / 옮김: 이순영

출판사: 북극곰

발행일: 2021. 3. 28.

서평 : 정대련(동덕여자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루리, 어떡해!의 작가인 토니 퍼실은 영화배우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진 그림책 작가입니다. 토니 퍼실은 20여 년 동안 장편 만화영화 인어공주, 라이언 킹, 아이언 자이언트의 캐릭터를 디자인 제작했고, 픽사 스튜디오로 옮겨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E,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작품에 참여하고 인크레더블의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을 감독했습니다. 나아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드라마 구성 능력에 더해, 그림책 아무것도 하지 말자!의 글과 그림을 쓰고 그렸으며, 아빠 운전하기 면허증(핼리 듀랜드 글)빙크와 골리(케이트 디카밀로 & 앨리슨 맥기 글)그림책의 그림을 그렸고, 빙크와 골리는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어린이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역자 이순영은 똑똑해지는 약곰아, 자니?우리 집에 용이 나타났어요50여 편의 외국작품에 우리말을 입힌 번역가입니다. 이번에는 루리, 어떡해!번역을 맡아 원작의 느낌을 우리말로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루리, 어떡해!는 토니 퍼실의 애니메이터로서의 역량이 빛을 발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와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등장인물들의 풍부한 표정과 사실적인 표현방식이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소리 내어 말하고 듣는 읽는 즐거움을 전하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로 하여금 경탄하게 만듭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 쓱쓱 성글게 터치한 굵고 가는 선속에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색감을 넣어 여느 가정의 평범하고 사랑 가득한 삶을 들여다보게 하고, 속도감 있는 장면 분할을 통해 만화 같은또는 영화처럼등장인물들의 동작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주홍에 가까운 핑크색 면지, 루리의 우울한 마음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푸른 빛 실내, 이야기 포인트에 주목하게 하는 사선의 도입과 문 틈새로 스며드는 강렬한 노란색 불빛 표현 등, 그림책의 다양한 요소들이 스토리 전개의 속도감을 더하며 다음 장면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를 끌어올립니다. 그런가 하면 짧고 간단한 반복적인 어휘와 글이라는 그림책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서로 다른 시점으로 포착된 등장인물들의 찰나 속 표정과 상황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끝없이 풀어내도록 도와주며, 독자로 하여금 도대체 이 그림책 작가가 누군지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듭니다.

 

도시에 사는 젊은 부부, 오늘날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반려동물과 교류하는 가족 간의 일상,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무척이나 귀해진 임신한 젊은 엄마 모습의 변화,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아기 탄생과 갓난아기의 사랑스러움 등등이 화면 가득 눈앞에 펼쳐집니다. 반려견 치와와 루리는 엄마아빠와 함께 산책하고, 아이스크림 같이 먹고,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고, 소파에서 같이 쉬고, 그들 침대 위에서 잠자며, 엄마 친구의 아기들과 놀고, 여느 집 아기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엄마아빠의 사랑을 받고, 대우 받으며,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지냅니다.

 

모든 시간 속에 루리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며, 아빠엄마는 또 하나 새로운 변화 속에 설렘을 담습니다. 여느 때처럼 루리랑 산책하는 길에, 엄마는 아기들을 데리고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여러 엄마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담소하고, 루리와 눈높이 맞추며 식사하던 엄마가 루리 밥 냄새를 견디지 못해 코를 막으며 식탁 위를 공유하지 못하고, 산책길에 비가 내리면 작고 어린 치와와를 먼저 챙기던 아빠가 이제는 엄마 비 맞을까 염려하며 머리 위로 코트를 펴서 비를 막아줍니다. 또 잠들기 전까지 엄마아빠 둘이 머리를 맞대고 비슷비슷한 소리를 셀 수 없이 나열하고 읊어보며 좋아하고, 베개를 옆으로 베고 자는 엄마의 파자마와 티셔츠가 나날이 불룩해지던 엄마 배 위로 거슬러 올라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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