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밤의 소리
글ㆍ그림: 다무라 시게루 / 옮김: 소라
출판사: 현암주니어
발행일: 2020.05.30
서평: 심향분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KBBY회장)
밤이라는 시간은 낮과 다르다. 빛을 켜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잠시 눈을 감아보자. 보이지 않지만 귀로 들려오는 소리는 낮보다 더 크고 선명하다. 소리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밤은 모두가 잠을 자는 시간으로 깜깜하고 고요하다는 인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다무라 시게루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밤의 소리>는 밤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간,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밤에 활동하는 동물들을 통해 또다른 시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소한의 글은 소리를 들려줄 뿐이고 전적으로 그림을 통해 밤에 활동하는 이들의 움직임과 활기가 느껴지는 시간을 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통해 이야기에 접근하였다. 도시가 아닌 전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동물들의 울음소리, 물먹는 소리, 그리고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가는 기차소리. 최소한의 소리 텍스트는 청각을 자극하고 이는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글텍스트는 청각적으로 소리이외에 이렇다할 서사를 전하지 않지만 작가는 시각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나 청각적인 소리글자는 조그맣고 그림의 일부분으로 과하지 않게 배치함으로써 전반적인 고요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고요함 속에 밤의 자리에 놓여 있는 동물들간에 사뭇 긴장감이 감돈다. 연못주변의 천적을 경계라도 하는 듯한 긴장된 사슴의 움직임이 있는가하면 먹이를 낚아채려는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부엉이의 날개짓은 위협적이다. 색을 전략적으로 사용하여 편안함이나 긴장감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야기를 전달한다. 전반적으로 사용된 푸른계열 색은 밤의 독특한 시간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빛이 사라진 밤을 검은 색이 아닌 푸른계열 색깔을 통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용하고 고요하다기보다는 무언가 활동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다. 밤사이 개구리들이 연꽃잎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한바탕 소동을 벌인 환상적인 이야기를 보여준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가 떠오른다. 데이비드 위즈너 역시 푸른계열 색을 통해 새벽이라는 시간동안 벌어진 활기넘치는 사건을 환상적으로 표현해내었다.
밤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할아버지 집앞 연못은 작은 세계이다. 글없이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연못주변 동물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소리에 귀기울이고 밤이라는 시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