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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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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빨간 거짓말

: 이홍우/그림: 정효정

출판사: 생각비행

발행일: 2020. 05. 21.

서평: 변윤희(동명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어릴 때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도덕성이 낮다고 비난했다. 그러다가 자라면서 조금씩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에 안드는 선물을 받아도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아기가 예쁘지 않더라도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일도 생겼다. 이후 셀만의 마음 이론의 공부하고 이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회성 발달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거짓말 놀이를 공공연히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놀면 뭐하니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부캐라고 하는 부캐릭터를 설정하고 완전 다른 사람인 척하며 삶 전체를 지어내어 거짓말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는 린다G’라는 사람이 이효리임을 알지만 그녀의 부캐인 린다G’를 실제 인물처럼 받아들이고 설정된 거짓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즐긴다. 마치 만우절에 모든 거짓말을 용서하듯이 우리는 TV 속 거짓말을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거짓말이 놀이가 될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거짓임을 밝히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거짓말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고 상황을 유희할 수 있는 것이다.


  서점에 갔을 때 빨간 물고기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표지에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다. 거짓말 놀이가 최근의 Z세대의 현상이라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 있는 거짓말 이야기들은 놀랍게도 우리나라 옛이야기였다. 옛날 사람들도 거짓말 놀이를 즐긴 걸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어 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거짓말은 너무나 엉뚱하기에 거짓말이 아니라고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제목에서부터 거짓말이라는 것을 밝히고 시작하기에 악의적으로 남을 속이거나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림책을 읽는 독자는 거짓말 놀이를 즐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림책을 읽기를 시작할 수 있고, 그 안의 허무맹랑한 거짓말들을 읽으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그림책은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물 하나 없는 개울에 빠진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지붕 없는 집에서 문이 없는 창을 열고 나무 없는 산을 보던 할아버지가 총알 없는 총으로 다리 없는 노루를 사냥하는 이야기이고, 그리고 세 번째는 추운 겨울에 시원한 삼베옷을 입고 풀을 베러 산에 간 나무꾼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두 가지 이야기는 마치 독립된 이야기처럼 진행되지만 세 번째 이야기에서 모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로 완성된다. 그리고 의성어와 의태어로 리듬을 맞춘 글은 거짓말 놀이의 유희성을 강화시키며 이 그림책이 옛이야기 그림책임을 상기시켜 준다.


  그림작가는 거짓말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에 심각성을 배제하고 놀이성을 강조하기 위해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색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색의 선택은 매우 현명하게 느껴진다. 이 책이 원색을 사용하여 강한 색채로 표현했다면 거짓말들이 진짜 심각한 거짓말로 느껴졌을 것이다. 빨강 원색에 대해 우리나라 문화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강렬함, 흥분, 그리고 피와 연관된 공포이다. 그림작가는 명도와 채도가 낮은 색들을 사용하여 그림책이 담고 있는 거짓말에 악의가 없음을 표현하였다.


  새빨간 거짓말은 옛이야기로 선조와 함께 365일이 만우절인 듯 거짓말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엉뚱하고 발랄한 거짓말 이야기로 상상놀이를 해보는 것도 즐거운 그림책 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첨부파일
새빨간_거짓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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