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백만 개의 점이 만든 기적
글/그림: 스벤 볼커
출판사: 시원주니어
발행일: 2020. 08. 03.
서평: 변윤희(동명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백만 개의 점이 만든 기적」의 표지에는 별이 쏟아지는 밤에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여객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처음 비닐에 쌓인 표지를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바다에서 길을 잃는 여객선이 백만 개의 별의 도움으로 무사히 항구에 도착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었습니다. 그러다 표지에 잔잔하게 찍힌 점들을 보며 점묘법으로 묘사한 그림책의 예술적 특성을 나타내는 제목인가 추측했습니다. 그러다 비닐을 뜯고 그림책을 읽으며 그림책의 주제가 수학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수를 주제로 하는 많은 그림책들은 유아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10 이내의 숫자를 다루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세기를 처음하는 유아가 숫자의 기호와 그것이 나타내는 양이나 순서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림책들은 기수와 서수 위주로 다룹니다. 이러한 책들만을 접하다가 안노 미쯔마사의 항아리 속 이야기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림책이 다루는 수가 1에서 시작하여 무한히 확장해 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의 창의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백만 개의 점이 만든 기적」도 ‘1+1=2/이’, ‘2+2=4/사’, ‘4+4=8/팔’처럼 계속 배수로 증가하는 수들인 ‘1, 2, 4, 8, 16, …1,048,576’을 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마주 보는 페이지를 활용하여 왼편에는 숫자인 ‘1+1=2’를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그림과 숫자를 표시하는 글인 ‘이’를 제시합니다. 작가는 백만이 넘어가는 점이 들어가는 페이지를 접었다가 펼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덕분에 글과 그림으로 표현된 페이지와 숫자가 제시되는 페이지의 경계는 마지막까지 지켜집니다. 이는 플라톤인 이데아와 현실의 세계를 구분한 것처럼, 마치 수학이라는 완벽한 추상적 세계와 점을 사용하여 그림으로 표현되는 현실 세계를 철저하게 나누어 하나가 될 수는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에 나무를 표현하던 하나의 점은 마지막에는 1,048,576의 점으로 도시를 표현하게 됩니다. 1에서 시작해서 21번의 과정을 거쳐서 백만이 넘어가는 수로 증가하며 점들이 표현하는 다양한 그림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 책의 작가인 스벤 볼커는 베를린 출신의 작가이자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그의 무채색과 파스텔톤 색채를 조합하여 사용하여 독특한 색채 조합은 기존의 그림책에서 사용되던 색채의 사용과 차별화됩니다. 또한 숫자와 글로 표현되는 타이포 그래픽에 대한 접근법은 그림책의 예술성을 높입니다.
계속해서 배로 늘어나는 점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수 놀이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