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나는 날 수 있어!
글/그림: 피피 쿠오/ 옮김: 문혜진
출판사: 보림
발행일: 2020년 9월 15일
서평: 박선희(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새들이 날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는 꼬마 펭귄의 모습과 ‘나는 날 수 없어!’ 바로 아래에 ‘있어!’라고 쓴 표지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면지를 꽉 채운 펭귄은 어느 하나 같은 모습이 없다. 작가는 한 번도 야생의 펭귄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야생 동물에 대한 영상물이나 비디오를 몇 번씩 돌려보고 움직임을 연구하면서 펭귄들이 물 속에서 힘들이지 않고 다양한 움직임으로 수영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꼬마 펭귄은 다른 새들처럼 날고 싶다. 지나가던 갈매기는 펭귄 앞에 날아와 정면에 대고 펭귄은 원래 날 수 없다고 매몰차게 말한다. 아마도 그에 굴하지 않고 꼬마 펭귄이 끊임없이 자기의 욕구를 성취하려고 도전하는 의지와 인내를 독자에게 보여주려는 듯하다. 날개가 있기에 날 수 있다고 파닥거리며 세게 날갯짓을 해보고, 뒤뚱거리며 빠르게 달려보기도 하지만 날 수 없자, 힘차게 뛰어오르다 결국 ‘철퍼덕!’ 바닥에 납작 엎어져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바닥에 엎어진 꼬마 펭귄에게 아빠 펭귄이 다가가 애처롭게 바라본다. 펭귄은 날 수 없지만 수영은 잘한다고 위로하는 아빠의 모습은 마치 인생을 먼저 경험한 아빠가 생떼를 쓰는 아이를 다독여주는 듯하다.
그래도 날 수 있다는 자기 생각을 믿는 꼬마 펭귄은 날개와 몸을 이리저리, 앞, 뒤, 옆모습으로 움직이다 힘들어지자 누운 채 독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응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급기야 과도하게 열중한 나머지 공중으로 뛰어오르다 바다로 굴러떨어지는 플롯 전개는 절묘하다.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서 펭귄은 과연 날 수 있을까? 심연의 바닷속에서 아빠 펭귄이 어디선가 다가와 꼬마 펭귄의 날개를 잡고 함께 바닷속 깊이 들어갔다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며 함께 수영한다. 꼬마 펭귄은 수영하는 것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한다.
아빠 펭귄은 항상 필요할 때 꼬마 펭귄에게 나타난다. 지쳤을 때 위로하고, 날 수 없지만 수영은 할 수 있는 펭귄의 가치를 알려주고, 바닷속에 빠졌을 때 날개를 잡고 함께 거침없이 여기저기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아빠의 깊은 사랑은 마치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림에서 크레용 같은 질감은 아이 같기도 하고, 세련미를 더한다. 자유로운 프레임 사용으로 양면펼침의 장면은 마치 바로 눈앞에 아름다운 푸른 바다와 펭귄들, 칠흑 같은 바닷속을 보는 듯 실감 나게 한다. 글은 그림을 그대로 표현하며, 호감이 가는 펭귄의 앞, 뒤, 옆모습, 시선 처리 등 실제보다 더 잘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자연스럽게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2019 The Klaus Flugge Prize 최종후보작, 2020 케이트 그린어웨이 후보작으로 펭귄의 수많은 움직임, 환상적인 그림 기술, 인내의 가치를 사랑스럽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