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감정 지도
글/그림: 빔바 란트만/ 옮김: 김지연
출판사: 꿈터
발행일: 2020년 9월 20일
서평: 박선희(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감정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언어발달 과정에서 알고 있는 단어가 많지 않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온몸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감정들이 살고 있는 내면의 지도를 만들어 들여다보고 마주하며 여러 감정의 땅을 밟으면서 여행하는 과정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 소년이 배를 타고 감정 여행을 떠나 좋은 예감의 숲에 도착하여 희망의 땅으로 들어간다. 희망, 두려움, 혐오, 기쁨, 분노, 곤란함, 기적, 질투, 슬픔, 사랑의 땅 등 10가지 감정의 땅을 여행하면서, 각 땅에서 세분화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섬세하고 작은 각 감정들까지 지도를 따라 여행을 하다 보면 언젠가 느껴보았던 익숙한 감정도, 낯설게 느껴지는 새로운 감정도 점차 그 감정의 땅에 소속되어 친숙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하고 섬세하게 감정 언어를 글과 그림으로 느껴볼 수 있다.
희망의 땅에서는 좋은 예감의 숲, 꿈의 바다, 소망의 섬, 미래의 언덕 등이 있고, 두려움의 땅에서는 불길한 바다, 비명을 지르는 참나무, 겁먹은 도깨비 등을 느껴보며, 혐오의 땅에서는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이나 불쾌하고, 더러운 느낌이 들게 하는 냄새나는 썩은 쓰레기 지역, 벌레들을 음침한 분위기에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빨리 그 장면을 넘기고 싶게 한다. 반면 기쁨의 땅에서는 형형색색 산맥, 기쁨의 샘, 신나는 놀이공원 등 밝고 화려한 색으로 혐오의 땅과 대비시키고, 사랑의 땅에서는 나를 사랑하는 섬의 자존감 궁전, 치유 분수, 포옹의 평원, 영원한 벗 등이 있어 그 땅에서 살고 싶게 만든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수많은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감정에 봉착하더라도 그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감정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급기야 스스로 감정의 주인이 되어 통제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글 텍스트에서는 각 감정에 대해 짤막한 설명과 단어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그 이전의 양면펼침면에 만화스타일로 연결된 그림은 어떤 감정의 땅을 맞이하게 될지 전조를 보여주며 서사를 전개하고, 새로운 감정의 땅으로 안내한다. 주인공은 속표지의 그림에서 망원경, 양말 등 배낭을 챙기며 여행 채비를 하는 눈 감은 담담한 모습으로 시작하여 여러 감정의 땅을 방문하는 여정에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감정의 느낌(상태), 상태에 따른 움직임(행동), 그런 감정에 이르게 한 계기(원인), 감정들이 이어지면서 남은 기분(분위기) 등을 적재적소의 이미지와 색조를 사용하여 현격한 차이를 의도적으로 나타냄으로써 각 감정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분간할 수 있게 한다.
이탈리아의 국가기관 LaVA 2020 어린이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감정 지도의 그림은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일본 도쿄의 히타바시 뮤지엄, 미국, 프랑스, 핀란드,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의 갤러리에서 전시된 바 있다. 감정에 대해 어린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감정 언어와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