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우리의 이야기는 반짝일 거야
글 /그림: 마달레나 모니스 / 옮김: 오진영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19년 6월 8일
서평: 김은심(강릉원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그림책 “우리의 이야기는 반짝일 거야”는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져있네요. 책을 펼치면 매 장면마다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 설레는 장면을 만듭니다. 우선 제목에 들어있는 ‘우리’, ‘이야기’, ‘반짝’이라는 단어들, 글을 이루고 있는 ‘꿈, 함께, 조심성, 독서, 진짜로 해보기, 용기, 탐험, 계획, 수줍음, 친구, 달리기, 언덕, 숲, 함께, 믿음’ 같은 소중한 단어들이 그렇습니다. 가만가만 단어를 소리 내어 읽으면 얼마나 설레는지 모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초록색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색깔 중 하나이지요. 내가 좋아하는 단어와 색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니, 얼마나 설레겠습니까! 같이 보실까요?
“주앙과 팀은 첫 번째 꿈을 꿀 때부터 함께였습니다. 주앙은 조심성이 많고, 팀은 겁이 없습니다. 주앙은 모험이야기를 즐겨 읽습니다. 팀은 뭐든 진짜로 해 보는 편이죠. 주앙은 종이배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팀은 큰 배를 몰아보고 싶어요. (중략) 주앙이 피곤해하네요. 팀도 그런가봅니다. 둘은 오늘도 같은 꿈을 꿀 거예요.” 이야기는 주앙과 팀이 함께 꾸는 첫 번째 꿈에서 시작해서 오늘도 꿀 같은 꿈으로 마무리 됩니다.
초록이 가득한 숲속 풀밭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던 파란 옷을 입은 주앙이 힐끗 위를 쳐다봅니다. 나무 위에 빨간 옷을 입은 팀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거기서 그렇게 책만 보고 있을 거야? 함께 모험을 떠나지 않을래?’라는 듯이. 둘은 함께 통나무타기, 종이배타기, 바다 밑 세상 탐험하기, 새 친구 만나기, 무지개타기 등을 신나게 하지요. 늘 그렇듯이 조금 피곤해진 둘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파란 옷을 입은 주앙이 침대에 엎드려 턱을 괴고 책을 읽고 있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아무런 글이 없이 그림이 가득 담겨 있는 마지막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침대위에는 읽고 있는 책 외에 두 권의 책이 놓여 있습니다. 한 권은 읽다 만 듯 중간쯤에서 펼쳐져 있고, 다른 한 권은 다 읽어서 일까요? 혹은 다음에 읽을 책을 미리 가져다 둔 것일까요? 덮여진 채 주앙 옆에 놓여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주앙답네요. 그런데 팀이 입었던 것과 같은 색의 빨간 상의와 빨간 양말이 침대 위아래에 놓여 있네요! 그럼 지금까지 우리는 주앙이자 팀, 혹은 팀이자 주앙의 이야기를 따라왔던 것이겠군요. 적극적이고 무엇이든 척척 실행에 옮기며 상대방에게 손 내밀 줄 아는 용감한 팀, 그리고 책읽기와 만들기를 좋아하며 아는 것이 많은 신중한 주앙! 주앙과 팀은 사뭇 달라 보이지만 함께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아마도 그 이야기들은 우중충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차곡차곡 쌓이겠지요.
코로나 19로 일상생활의 수많은 부분이 변화했습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매우 증가했지요. 처음에는 무언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한 달, 두 달……, 끝나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제 생활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혹은 시간이 나면 하겠다고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게 된 것입니다. 인형 옷 만들기, 인형 구두와 가방 만들기, 뜨개질, 위빙……하나같이 새롭습니다. 재단을 하고 마름질을 하고 미싱을 하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어쩌면 하등 쓸모없을지 모르는 일에 몰두하여 시간을 보내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이렇게 ‘나의 또 다른 인격’을 마주합니다.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이 천 개의 페르소나(가면)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이루어 간다고 말했습니다. 페르소나를 통해 우리는 생활 속에서 우리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고 또 우리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를 성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인간은 ‘외향성’과 ‘내향성’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어느 한쪽이 우세한가에 따라 유형이 결정된다는 ‘유형론Typology’을 강조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꼭 이런 이론을 들이밀지 않아도 우리 내면에 있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나’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겉으로 내보여지기를 원하는 나의 모습, 사회적 자아로서 사회적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교육자로서의 나’와 같은 ‘외적인 인격’도 있지만, 때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조용히 침잠하는 ‘김은심으로서의 나’도 존재하는 것이지요. 마달레나 모리스의 ‘우리의 이야기는 반짝일 거야’는 이 두 가지의 ‘나’가 빚어내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가 모여 ‘나’를 만들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