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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와 검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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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빨간 모자와 검은 도시

/그림: 마리 포크트 / 옮김: 김영진

출판사: 미디어창비

출판일: 2020124

서평: 김금희(나사렛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길을 잃는다! 이는 어린이들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독자는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 상황, 관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함께하며, 주인공의 자아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그림책의 배경이 되는 거대한 도시에는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달콤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손에 든 핸드폰을 바라보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기 일에만 몰두할 뿐, 빨간 모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어린 빨간 모자는 거대하고 화려한 도시의 유혹에 그만 마음을 빼앗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빨간 모자 이야기. 그러나 마리 포크트만의 뛰어난 감각으로 재현된 새로운 빨간 모자 이야기는 끝까지 독자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상상하는 늑대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지만, 무채색 콘크리트로 된 도시 전체가 늑대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모든 건물을 휘감은 늑대의 털, 어디서나 빨간 모자를 주시하는 늑대의 눈,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늑대의 이빨, 날카롭게 튀어나온 늑대의 발톱은 언제나 빨간 모자를 노린다. 우리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온갖 장난감과 과자에 정신을 빼앗긴 빨간 모자를 따라 검은 도시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밝고 매력적인 빨간색이 암울한 검은 배경과 대비되어 독자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면지와 주인공의 의상, , 반려견의 목줄, 할머니의 머리끈, 할머니가 읽어주는 그림책 등으로 이어지는 빨간색은 무채색으로 구성된 배경 안에서 작가가 원하는 움직임을 끌어내며 독자에게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커다란 검은 늑대 모습을 한 도시 전체가 어린 주인공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과 반려견의 귀엽고 담담한 표정은 독자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가 함께하게 될 이 여정에 하트 꽃과 더불어 믿음직한 작은 안심 요소로 느껴지기도 한다. 빨간 모자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해석에는 두려움과 유머, 회색빛 차가움과 따뜻한 생명감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빨간 모자 이야기는 오랜 세월 구전되어 내려오던 이야기를 17세기 말 샤를 페로가 수집하여 자신의 민담집에 실은 이야기로, 빨간 모자는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냥꾼이 등장하여 빨간 모자를 구해주는 이야기는 19세기 초에 그림 형제 동화집에 수록된 것으로, 이후 지금까지 여러 작가에 의해 다양하고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고 있다. ‘빨간 모자와 검은 도시의 원제목은 ‘Red and the City’2018년 영국과 프랑스에서 동시에 출판된 최근 주목받는 신인 작가인 마리 포크트의 작품이다. 동독에서 태어났으며,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디자인을 공부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그녀의 첫 그림책으로 나이를 초월하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첨부파일
빨간모자와_검은도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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