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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금지한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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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둠을 금지한 임금님

/그림: 에밀리 하워스부스

번역: 장미란

출판사: 책읽는곰

출판일: 2020. 3. 20

서평: 서정숙(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임금은 왕자이던 어린 시절부터 어둠이 무섭다. 어릴 때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른이 된 후에도 어두운 밤이 되면 두려움을 느끼니 참 딱한 노릇이다. 급기야 임금은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온 나라에 어둠을 금지하기에 이른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긴 한가? 임금이니까, 그것도 이야기 속 임금이니까, 가능하다. 인간의 뜻과는 상관없이 오고 가는 밤을 금지하려니 순리대로 될 리 만무다. 여기에 임금에 대해 과잉 충성하는 간신들의 억지가 끼어든다. 어둠은 무서운 것이고, 지루한 것이고, 도둑을 들끓게 하는 것이라고 백성들을 세뇌하여 백성들 스스로 어둠을 몰아낼 의지를 갖게 만든 것이다. 인공 태양을 매달아 놓고, 집집마다 하루종일 불을 켜두게 하고, 백성들에게 저마다 개인용 어둠 방지 모자를 쓰고 다니게 한다. 밤이 되어도 어둡지 않으니 밤새 축제가 이어졌고, 매일, 밤이 없이 지내니 백성들은 피곤함에 지쳐간다. 그러자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몇몇 백성들은 벌금 납부에도 불구하고 밤이 되면 불을 끄기 시작한다. 더는 어둠을 금지하기가 쉽지 않게 되자 신하들은 백성들의 마음을 회유, 전환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불꽃 대축제를 연다며 폭죽을 쏘아 올린다. 그러나 주변이 여전히 환한데 불꽃놀이를 해봐야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그때, 백성들은 용감하게도 하나, , 집의 불을 끄기 시작했고, 점점 어두워지는 주변에 당황한 신하들은 다시 불을 켜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이 순간, 정작 임금님은 깜깜한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에 황홀감을 느낀다. 밝음 속에서는 볼 수 없던 아름다움을 어둠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후 임금님은 어둠을 금지하지 않았고, 곁에 작은 등 하나만 켜 놓고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림책 전체에 사용된 노란색과 검은색은 낮과 밤, 밝음과 어둠이라는 전체 이야기 속의 이분법적 구조를 극대화한다. 밝고 환한 노란색과 두렵고 어두운 검은색으로 표현된 낮과 밤의 세계는, 하나는 임금이 머물고 싶어 하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임금이 피하고 싶어 하는 세계이다. 그러나 밤과 낮은 하나로 이어진 세계로, 밤이 가면 낮이 오고, 낮이 가면 밤이 어김없이 온다. 또한, 밤이 있기에 낮이 있고, 낮이 있기에 밤이 있다. 임금은 깜깜한 밤하늘의 폭죽을 보면서 밤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연의 원리도 알게 되었으리라. 그렇기에 밤을 곁에 두게 된 것 아니겠는가. 성장은 이렇듯 거부하던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일어난다.

 

우리는(또는 임금은) 왜 어둠을 두려워할까?

어둠 없는 밝음이 있을까?

내가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상이라고 해서 올 것이 오지 않을까?

내가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대상이면 내 마음대로 없애도 될까?

 

어둠을 두려워하는 어린이, 밤이 두려워 잠자기 싫어하는 어린이들과 어둠 또는 두려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이 책의 임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눠보면 좋겠다. 이 그림책은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매우 단순하고 위트 있는 이야기 속에 어린이들의 다채로운 느낌과 생각을 들어볼 거리를 담아낼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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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어둠을_금지한_임금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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