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킨츠기
작 가 : 이사 와타나베 글·그림
출판사 : 책빛
발행일 : 2024년 4월 30일
서 평 : 김금희 (나사렛대학교 아동심리교육학과 교수/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전임 회장/당연직 이사)
나무 의자 위 둥지 속 푸른 나뭇잎 사이에 보이는 작은 새알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마치 연극공연장과 같은 온통 어두운 배경에 등장하는 멋지게 차려입은 토끼가 예쁜 두 개의 찻잔을 들고 있다. 토끼가 차려놓은 식탁에는 초록빛 나뭇가지와 잎새들, 그 사이에 있는 일상의 물건들과, 빨간 새 한 마리가 초대된다. 긴 식탁에 서로 마주 앉은 작은 새는, 어느 순간 새하얗게 변해가는 나무와 자신을 보고 놀라 날아가고, 소중한 물건들은 순식간에 깨지고 부서져 버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매력적인 장면이 이어지며, 책장을 넘길수록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환상의 세계로 깊이 빠져든다. 일상의 소중함을 누리는 평화로운 순간에 찾아오는 예기치 않은 상실과 좌절 속에서, 끝을 알 수 없는 고된 여정을 시작하는 주인공을 따라 우리의 상실과 상처도 함께 치유의 시간을 건넌다. 긴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킨츠기'는 깨진 도자기 조각을 모아 옻으로 붙이고, 사포질을 한 후, 그 위에 금을 칠하는 공예기법이다. 깨어진 서로 다른 찻잔의 조각을 이어 붙이면, 새로운 생명을 가진 특별한 찻잔이 된다. 상처는 봉합되고, 이전보다 더욱 아름다운 존재로 빛나게 된다. 고통의 순간이 지나면, 가지고 있는 남은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삶을 시작하는 희망의 순간을 맞이한다.
아마존을 품고 있는 페루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그림책 「킨츠기」는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 섬세함, 강렬한 색의 대비로 순식간에 독자를 압도한다. 강렬하고 매력적인 이 그림책은 ‘영혼을 위로하는 작가’로 알려진 ‘이사 와타나베’의 작품으로 2024년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을 받았다.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그녀의 그림책은 2024년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도서, 2024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안데르센상, 2024년 디픽터스 전 세계 눈에 띄는 그림책 100권에 선정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는 이사 와타나베의 또 다른 그림책 「이동(Migrants)」도 그녀만의 독특하고 세련된 예술적 감각으로, 이주민의 아픔을 효과적으로 다루어 전 세계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각 동물로 특색있게 의인화하여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화이트 레이븐스, 키르쿠스 선정 최고의 어린이책, 소시에르상, 리브레터 상 등 수많은 상을 받은 바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이사 와타나베 작가를 초청하여 직접 만나게 되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