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코끼리와 나비
글: E. E. 커밍스 / 그림: 린다 볼프스그루버 / 옮김: 김소정
출판사: 브와포레
발행일: 2022. 04. 22.
서평: 김금희(나사렛대학교 아동학과 교수/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고문)
20세기 시 언어의 거장 E. E. 커밍스(Edward Estlin Cummings)의 아름다운 단편 이야기를 린다 볼프스그루버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새롭게 그려낸 판화 그림책!
‘코끼리’와 ‘나비’가 만나 서로 소중한 존재가 되어 함께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로의 ‘다름’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이 아름다운 두 생명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
자기만의 공간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 코끼리는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 시대 바로 우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외로운 코끼리는 아주 작은 나비의 두드림에도 긴장되고 설레며, 생각지도 못한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코끼리와 나비의 우정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서로 강요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속도에 맞추어 다가가는 진정한 의미의 관계를 나타낸다.
우리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파란 나비’는 그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여러 문화권에서 기쁨, 갑작스러운 행운, 변화, 헌신, 정직, 신뢰,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 의미 있는 삶의 목표 등을 상징한다. 어느 날, 다가온 ‘파란 나비’는 코끼리에게 이 모든 의미가 된다. 표지 전체를 채우고 있는 파란색도 코끼리와 나비 사이의 깊은 ‘신뢰’를 나타낸다. 원제목은 ‘The Elephant and the Butterfly’로, 한국어판에서는 책등에 한글 제목 대신 영어 원제목을 부분만 보이게 인쇄하여, 그림책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구성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E. E. 커밍스는 어린 시절 시인을 꿈꾸며, 매일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코끼리, 나무, 새들을 그리기 좋아했던 그는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곤 했다. 세상을 보는 그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각은 형식에 매이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언어 표현으로 여러 작품에서 살아 움직이며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린다 볼프스그루버의 담백하고 절제된 판화 기법은 독자가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의 세밀한 감정에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BIB 황금사과상 등 수많은 상을 받은 바 있는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재능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계속되는 감염병과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인한 단절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코끼리와 나비’는 조용한 위로와 평안을 전한다. 그리고 각자의 외로움과 아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우리도 때로는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파란 나비가 되고, 코끼리가 되어, 삶의 의미 있는 순간을 함께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