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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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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내 이름은 라울

: 앙젤리크 빌뇌브 / 그림 : 마르타 오르젤 / 옮김 : 정순

출판사 : 나무말미

발행일 : 2022. 2. 8

서 평 : 김은심(강릉원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라울은 라울이라고 불리는 게 싫어요.라는 문장 옆, 찌푸린 표정을 한 커다란 곰의 이름은 라울입니다. 이름이란 무엇일까요? 내 것이지만 남들이 더 많이 쓰는 것, 매번 누군가의 입에서 출발해 나의 귀에 도달하는 이름! 나 또한 누군가를 이름으로 부르고 그렇게 발음된 이름은 또 제 주인을 찾아 도달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을 읽으니 이름이란 비단 귀뿐 아니라 마음에도 도달하나봅니다.

 

라울은 친구들이 라울아!”하고 부를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기분이 나쁘고, 못 생겼다, 어디론가 확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른다고 합니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커다란 공 같다고도 하네요. 라울은 자기 이름을 싫어하거든요. 라울은 자기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라울에게 친한 친구가 있으니, 바로 자코트.’ 라울과 자코트는 호수에서 함께 스케이트도 타고 날아가는 제비도 같이 구경할 만큼 사이좋은 친구입니다. 라울은 신비한 회오리바람 같고, 당당한 여왕님 같고, 또 새콤달콤한 귤이나 자유로운 잠자리처럼 근사한 자코트의 이름을 좋아해요. 자코트는 묻습니다. “라울이라고 불리는 게 항상 싫어? 아니면 가끔 싫어?” 라울이 답합니다. “. 다 싫어.” 이를 어쩌죠, 어떻게 하면 라울에게 라울의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임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작가 앙젤리크 빌뇌브도, 번역가 정순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한때 이름을 싫어했던 기억이 있네요. 어릴 때 학교에서 친구들이 이름을 부르면 가끔 언짢아지는 기분을 느껴본 저로서는 내 표정도 그때 이랬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았습니다. 라울의 찌푸린 표정, 퉁명스러운 말투, ‘사라지고 싶었던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요.

 

앙젤리크 빌뇌브는 시각적, 청각적, 감성적 참신함이 돋보이는 문장들로 라울과 자코트의 대화를 묘사했습니다. 내 마음을 대입해 천천히 조그맣게 소리 내어 읽다보면 문장들이 동글동글, 뾰족뾰족, 울퉁불퉁 움직입니다. 더군다나 마르타 오르젤의 그래픽 작업으로 탄생한 라울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느다란 몇 개의 선의 변화만으로도 커다란 곰 라울이 어떤 마음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름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람, 사물, 현상 등에 붙여서 부르는 기호입니다. 이름이 주어짐으로써 사물은 비로소 의미를 얻게 되고 존재가치를 지니게 되지요. 자기 것이지만 남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 자코트는 자기 이름이 싫어서 움츠러들어 있는 친구 라울에게, 라울의 이름이 달콤한 꿀 같고, 고소한 과자 같다고 말해줍니다. 아무리 말해줘도 퉁명스럽게, 울상을 지으며 자기 이름이 싫다고 말하는 라울에게 자코트는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이 라울인 이유를 말해줍니다. 마침내 자코트의 마음이 라울의 마음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라울은 자기 이름을 좋아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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