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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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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양이는 다 알아?

글, 그림: 브렌던 웬젤/ 번역: 김지은

출판사: 올리

출판일: 2023. 03. 10.

 

고양이는 다 알아? Inside Cat그림책은 브렌던 웬젤이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2021년 작품으로서, <New York Times bestselling children’s book>으로 선정된 최신작입니다. 웬젤은 미국 프랫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세계 야생 지역 및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와 일하며 동물과 관련된 그림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웬젤의 또 다른 그림책 어떤 고양이가 보이니? they all saw A CAT2017Caldecott Honor 상을 수상하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는 다 알아?의 영어 제목 “Inside Cat”에서 집고양이라고 밝혀주듯이, 주인공은 들고양이 길고양이가 아니라 집안에 사는, 아직 집을 나서 보지 못한 아기고양이, 집고양이입니다. 표지 속 오똑 선 두 귀가 문득 마이산 두 봉우리를 연상케 하는데, 툭툭 던지듯 내려그은 가느다란 갈색톤 색선들을 모아 생생해진 털빛, 맑고 흰 바탕 눈자위에 손으로 칠해 살짝 꿈틀거리며 반짝이는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 도화지를 잘라 붙인 듯 부피감 있는 세 가닥 하얀 수염 등의 화면 구성이, 뾰족한 두 귀와 커다랗고 동그란 두 눈을 가진 고양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제목이 다 알아?” 질문을 하고 있네요. ‘다 알아!’ 느낌표나 다 알아.’ 마침표가 아닌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책장을 넘깁니다.

 

면지는 감청색 기조의 바탕에 같은 색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는 아기 집고양이가, 집 벽의 다양한 위치에 구성된 여러 모양의 창문을 통해 만나는 바깥 세상의 원색 풍경과, 묽은 감청색 선으로 양면 가득 펼쳐진 고양이가 파악한 집 구조를 보여줍니다. 제목 면지에서는 고양이가 눈을 크게 뜨고 창문 밖 노란 꽃을 마주보고 있네요.

 

드문드문 수채화로 그린 창문 밖 세상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걷는 아기고양이를 콜라주 기법으로 오려붙여, 작가는 화면에 생동감을 담았습니다. 파란 목걸이를 목에 걸고서, 집고양이는 집안에서 기어다니고 궁금해하고 들여다보고 쳐다보고 핥아보고 갉아 먹어보고 꿈을 꿉니다. 벽에 달린 마름모 모양, 정사각형 모양, 직사각형 모양, 타원형 모양 그리고 먼지투성이거나 얼룩진, 금이 가거나, 어둡게 막아놓았거나 알록달록 괴상한 등등의 수많은 창문을 통해 바깥세상을 보며, 집고양이는 자기 위 또는 바닥 아래, 때로는 틈새로 숨어있는 것까지 속속들이 압니다.

 

집고양이는 집안의 파리가 어디로 날아가는지, 천장의 샹들리에, 두 눈 동그란 앵무새, 치즈 훔쳐 가는 쥐, 아기 미끄럼틀, 이젤 위 그림, 양념병 속 소금, 변기 속 물맛 등 집안의 모든 것을 압니다. 창문 밖 초록빛 나무, 펄럭이는 깃발, 맞은편 건물 창문들, 뒤집어놓은 아이스크림 콘 모양 지붕, 삼색 신호등, 형형색색 고층 빌딩들, 파란 하늘과 날아가는 파란 풍선, 네온사인과 밤하늘 볓빛, 피자를 입에 문 쥐, 천창 밖 날아가는 비행기, 커다란 굴착기와 흙더미, 초록 정원, 거품 가득 풀어 창문 닦는 사람, 깜깜한 밤 노란 불 밝힌 건물들, 마라톤 하는 선수들, 철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커다란 개, 나무 위의 다람쥐, 헬리콥터, 무리지어 날아가는 새들, 연못 위 종이 돛단배, 애드벌룬, 퍼레이드 하는 캐릭터들, 광고용 대형 벌룬과 CG. 고가사다리 오르는 사람, 맨홀 속 사람, 놀이터의 어린이 등, 집고양이는 창문 유리를 통해 바깥 세상을 선명한 색으로 보고 압니다.

 

그런가 하면 옅은 푸른색 물감으로 배경처럼 그려진 궁금한 세상 여러 가지에 대해, 집고양이는 상상 속에 보고 압니다. 북슬북슬한 쥐, 큰 새에 쫒기는 작은 새 무리, 생쥐가 타고 가는 돛단배, 엄청나게 큰 아이스바 간식, 대왕고양이와 괴물, 맨홀 밑, 구름 위,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집고양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누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지, 누구 털이 가장 탐스러운지, 무슨 냄새가 나는지, 무슨 소리가 요란한지, 무엇이 빨리 지나가는지, 누가 자기를 쳐다보는지, 누가 높이 떠오르는지, 무엇이 하늘에서 떨어지는지 . 모든 풍경과 모든 층에서 일어나는 일. 모든 창문, 모든 세상, 그 너머에 있는 것.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마도 모든 것을집고양이는 바라보고 아는가 봅니다.

 

과연 그럴까요? 드디어 집고양이가 자라 문밖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대문을 활짝 열고 나선 집고양이가 터트린 탄성 한 마디. ! 집고양이란 이름을 벗고 만난 대문 밖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집주인이 만들어 놓은 온갖 모양의 크고 작은 창문을 통해 여태까지 집고양이가 바라보고 알았던 지금 현재의 모습, 실제 상()은 어땠을까요? 무엇이 보였을까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왜 그렇게 보였을까요?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세상이 제대로 본 건 맞을까요?

 

플라톤의 동굴 비유가 떠오릅니다. 깊은 동굴 속 한쪽 벽에 묶여있던 사람은 반대쪽 일렁이는 횃불에 비쳐 보이는 (일그러진) 형상들을 세상 모습이라고 생각하지요. 족쇄가 풀려 어두운 동굴을 거슬러나오며 조금씩 과거의 앎들이 틀렸다고 드러나고, 마침내 밝은 태양 아래 세상을 이루고 있는 형상들의 본래 모습이 나타나게 되지요. 그러나 그때도 본래 면목, 진리는 제 모습을 단번에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어둠에 길들었던 눈은 태양 밝은 빛 아래 통증을 느끼며, 시린 눈을 다시 감고, 서서히 빛에 익숙해진 후에야 제대로 눈 뜨며, 그동안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참세상을 직시하게 되지요. 엄청나게 크고 많고 새롭고 다른 세상 모습을 마주하며, 세상의 진면목과 진리를 발견하고 앎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 전개되지요. 활짝 열린 대문 앞에서 집고양이의 !” 외마디 탄성이 모든 의미를 담고 이해되는 시점입니다.

 

우리의 시공간 속에 나타나고 내 눈에 보이는 사물과 사태들은 진실일까요?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고,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떠올리고, 내가 편한 대로 이해하고 판단해버린 허상들은 없을까요? 원리원칙이란 울타리를 세우고, 규격으로 벽을 치며, 참된 모습에 눈을 감고, 내 안의 소리를 듣지 않는 시간으로 점철된 건 아닐지요? 집고양이가 드넓은 세상을 향해 !” 환호하듯이, 오늘 우리 모두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온몸으로 느끼며, 밝은 세상 바르게 인식하고 내면의 자신을 깊이 성찰하며, 한 번 더 아프게 또 기쁘게 !”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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