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불만이 있어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 권남희 역
출판사: 김영사
발행일: 2021. 4. 1.
서평: 이창기(국립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아이들이 지켜야 하는 일상생활 규칙 속 상당 부분은 우리 어른들이 만들며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러한 규칙을 내면화하고 지킬 것을 요구하곤 한다. 그러나 어른들이 만든 규칙들을 아이들은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어하며 어른들이 만든 규칙에 대해 불만을 갖기도 한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불만이 있어요』는 규칙을 만들어 지키라고 요구하는 우리 어른들의 관점과 이러한 외부 규칙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입장을 어떻게 절충하여 서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책에 등장하는 아빠는 아이에게 일찍 자기, 어른이 정한 시간에 목욕하기, 완두콩 먹기, 자기 전에 과자 먹지 않기 등을 요구한다. 아이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아빠는 정작 자기자신한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데, 화내기, 야단치기, 짜증내기, 인형 사주지 않기, 날씨를 핑계로 밖에서 같이 놀아주지 않기, 만화 영화 대신 뉴스보기, 툭하면 “지금 바빠,” “나중에!”라고 말하기, 소시지 2개 먹기, 손가락 씨름에서 져주지 않기 등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으로밖에 보일 수 없는 처분을 계속하여 내린다.
실제로 우리 어른들은 어른 스스로도 지키기 어렵거나 반대로 행동하면서 아이들에게만 특정 규칙이나 질서를 강조하곤 한다. 이는 아이들의 눈에는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이 입장에서 살펴보면, 규칙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때, 규칙의 필요성이나 지켜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때, 규칙이 모호하여 규칙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를 때, 규칙이 인위적일 때, 규칙이 비합리적일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의 수준이 어려울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 그동안 지켜온 규칙과 다를 때, 규칙의 적용이 비일관적일 때 이러한 규칙들은 지키기가 어렵고 내면화되기 어렵다(신혜원, 김송이, 이윤선, 2021).
그림책에 등장하는 아이도 ‘아빠가 얌체같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불만을 토로한다. 아빠는 이상에서 제시한 자신의 모든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한 각각의 이유를 만들어 아이에게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아빠가 갖고 싶은 건 바로 사면서, 내가 갖고 싶은 인형은 사주지 않아요?”에 대한 아이의 질문에 대하여 아빠는 “그건 인형을 계산대에 갖고 가면, 사실은 가게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어서 아빠를 잡아다가 인형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지.” 등으로 얼버무리곤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른이 앞뒤가 맞지 않은 처분을 내려 이것을 아이에게 들켰을 때 아빠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둘러대는 것은 분명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 그러나 그림책 『불만이 있어요』에서는 아빠의 이러한 답변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매력적으로 묘사하면서 아빠의 거짓된 해명 방식이 정말 비교육적이기만 한 것인지에 대한 여지를 남긴다. 아빠의 기괴한 해명들에 대하여 아이는 “어……, 정말?”, “정말일까…….”, “허---얼! 그렇구나.” 등으로 반응하면서 반신반의하면서도 수용한다.
비밀은, 아빠가 해명의 내용에 거짓이 포함되었다 할지라도 아이의 발달에 맞추어 아빠가 각색한 내용이라는 점에 있다. 아빠가 제시하는 해명이 우리 어른들에게는 한없이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아이의 인지 도식으로는 자연스럽게 정보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이른바 ‘발달에 적합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때 그 이유를 설명해줌으로써 규칙의 내면화를 돕는 것은 익히 알려진 유아교육적 접근이다. 그러나 그 이유설명을 얼마나 진실과 가깝게 할 것인지, 아이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것을 알려주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는 편이다. 때때로는 그림책의 아빠가 채택한 방식처럼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라도 아이가 보다 받아들이기 용이한 ‘선의의 거짓말’로 해명을 한다면 아빠도 그동안 비합리적인 처분을 내려왔던 자신의 모습을 개선할 수 있는 유예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아이의 입장에서도 규칙준수의 ‘당위성’을 미리 학습하고 규칙준수의 진짜 ‘필요성’은 천천히 알아갈 수 있는 유예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의 엔딩에서는 아빠가 거꾸로 아이의 평소 비일관적 행동에 대하여 지적하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자신만의 지어낸 해명을 통해 아빠의 지적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며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책의 뒷표지 바코드 아래에는 이 그림책의 핵심주제를 ‘불만, 이해’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자신의 입장과 상대의 입장을 서로 비교해볼 수 있는 역자사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참고문헌: 신혜원, 김송이, 이윤선(2021). 영유아 생활지도. 경기: 파워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