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유가 있어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 권남희 역
출판사: 김영사
발행일: 2020. 10. 7.
서평: 이창기(국립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어린이들이 사회화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신이 속한 사회를 보다 잘 알아가며 사회성을 발달시켜 나가는 것을 사회화라고 볼 때 이러한 과정이 단순히 성인의 기준에 맞춰가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유가 있어요』는 자연스러운 사회발달 과정에 있는 어린이들을 우리 어른들이 지나치게 어른들의 기준으로 재단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해주며, 어린이들이 사회적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돕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어린이들은 종종 코 파기, 손톱 물어뜯기, 가게나 복도에서 뛰어다니기, 높은 곳만 보면 올라가기, 빨대로 부글부글하기. 빨대 잘근잘근 씹기, 지저분해진 손을 바지나 옷에 닦기, 목욕하고 나와서 잠옷도 안 입고 알몸으로 놀기, 길에 떨어진 것을 주워 오기, 다리 떨기, 밥을 질질 흘리며 먹기, 의자에서 몸을 들썩거리기, 침대 위에서 폴짝폴짝 뛰기 등의 행동을 한다. 그럴 때 우리 어른들은 무조건 하지 말라고만 말하며 이러한 행동들을 하는 어린이들의 동기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행동의 이유를 고민해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책에 등장하는 아이도 위의 행동들을 하고 엄마의 지적을 받는다. 그때마다 아이는 그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서 변명을 하는데 이 변명의 내용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밥을 질질 흘리며 먹는 이유’는 식탁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그맣고 신기한 생물들이 “어이, 맛있는 밥 좀 나눠 주시지.”하고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아이가 변명하는 것이다.
이는 일상에서 규칙을 어겼을 때 성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 유형에 해당한다. 이렇게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중, 벌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아이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보다 쉬운 해결임’을 강조해주는 것이 생활지도의 원칙이다(신혜원, 김송이, 이윤선, 2021). 그러나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각종 변명에 대하여 “들어보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네. 네가 고생이 많다.” 등으로 반응해주며 생활지도의 기본 원칙과는 사뭇 다른, 다소 파격적인 방침으로 아이와 상호작용한다.
사실 이 부분이 아이들을 재단하려고만 하는 우리 어른들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통, 아이가 자신의 행동 상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까지 하면 우리 어른들은 행동에 대한 지적에 더해 거짓말을 한 부분까지 덤으로 아이를 나무라기 일쑤이다. 그러나 책에 등장하는 아이의 엄마처럼 이렇게 잠시나마 아이가 ‘숨쉴 틈’을 주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엄마가 행동에 대하여 지적을 할 때 아이가 ‘뜨끔’하는 표정이 책에는 잘 묘사되어있다. 이는 즉, 아이가 코를 파거나 다리를 떠는 등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이러한 행동을 수정하기에는 ‘유예시간’이 다소 필요할 뿐이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아이는 필연적으로 변명의 내용을 엄마가 믿어줄 것이라 기대를 하면서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엄마가 이러한 비합리적인 내용의 변명들을 센스있게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는 엄연히 ‘놀이’에 해당한다. 엄마는 아이의 행동수정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아이와 함께 말놀이를 통해 행동수정에 대한 유예시간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엄마가 자주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 엄마는 “엄마의 머리카락 끝에는 여러 가지 식사 메뉴가 조그맣게 적혀 있거든. 오늘 저녁은 뭐로 할까, 제비뽑기할 때처럼 한 가닥 골라서 정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변명하는 사람’과 ‘변명을 듣는 사람’의 역할을 바꾸어 놀이를 해주기도 한다.
거짓말은 일반적으로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호소하는 ‘이유’를 부모님이 인정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는 사회화와 발달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특히, 이렇게 ‘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이를 고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라고 호소하는 아이의 입장에 놀이를 통해 공감해주다보면 점차 아이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개선되어 나갈 것이다. 『이유가 있어요』는 제8회 MOE(학센샤白泉社의 그림책 전문잡지) 그림책 대상 1위를 수상하였다. 뒷표지의 바코드 아래에는 ‘이유, 이해’를 이 그림책의 핵심주제를 제시하여 독자의 책 선택을 돕고 있다.
* 참고문헌: 신혜원, 김송이, 이윤선(2021). 영유아 생활지도. 경기: 파워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