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니사우루스
작가: 노인경 글·그림
출판사: 책읽는곰
발행일: 2024. 5. 24.
서평: 박선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명예교수)
아니사우루스는 뭐든지 ‘아니’라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작은 공룡이다. 엉뚱한 일을 벌이고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공룡은 자아가 싹트기 시작할 무렵의 유아 모습이다. 독자는 ‘아니’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키우고 바깥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주인공의 의지를 본다. 이 그림책은 부정이 반드시 나쁘고 성가신 것만은 아니고 자신의 고집스런 생각이 큰일을 해내는 결과를 통해 유아 독자는 공감하고 어른에게는 유아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지혜를 배우게 한다.
꿀을 온몸에 바르고는 벌레들이 자기한테로 온다고 좋아하고, 열이 펄펄 날 때도 나가서 찬바람을 쐬며 놀아야 열이 안 난다고 하고, 싫어하는 상추는 모두 버리는 등 아니사우루스는 엄마 공룡에게 반하는 행동만 한다. 마침내 엄마는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화를 내고, 이에 겁이 난 아니사우루스는 엄마의 화를 풀어줄 궁리를 하며 엄마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간다. 그때 바람에 날아온 이불은 은밀한 곳에 숨어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동심을 자극한다. 유아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불 속 새로운 공간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티라노의 출현에 겁에 질린 공룡들이 하나둘씩 이불 속으로 들어가 공포에 떤다. 그래도 아니사우루스는 이불 속에서 엄마 모자를 숨기느라 바쁘고, 두려움에 가득찬 다른 공룡들과 달리 오히려 그들의 말을 부정하고 마침내 티라노를 물리칠 아이디어를 고안하여 공룡들과 함께 티라노를 물리친다.
글과 그림에는 유아에게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많다. 공룡의 특성이 내포되어 있는 이름 -아니사우루스, 작고잽싸토르, 긴목사우루스, 큰소리롤로푸스, 날개로돈들-은 흥미를 더하고, 유아 독자는 무조건 아니라고 부정하며 엄마를 화나게 하는 대화에 함께 웃고, 엄마를 화나게 해놓고 또 금방 화를 풀어줄 방법을 찾는 주인공에 친근감을 느낀다. 엄마의 모자와 이불에서 위안을 얻고, 이불 속에 모자를 숨겨 엄마와 게임을 하려는 생각 등 놀이와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의 속성이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전반적으로 밝고 화려한 색상과 달리 이불 속에서 전개되는 공룡들의 이야기는 어두운 배경에 해설과 대사를 다른 글자체로 구분하여 묘사하고 대사를 화자와 묶어 만화식 배열로 효율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효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또한 티라노에게 잡아먹혀 해골이 될거라는 여러 공룡들의 상상은 검은 배경의 전면에 흰색의 해골들로 나타나 앞뒤 장면과 대비되고 서사에 리듬감을 준다.
2-3세경이 되면 유아는 자기 스스로의 마음과 의지를 지닌 인간임을 확인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차츰 사랑과 미움, 협동과 고집 간에 조절을 하기도 하고, 자기 표현의 자유와 그 포기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서 적합한 감정적 반응을 배워가는데, 유아는 성장과정에서 이러한 그림책에서 자신을 동일시할 존재를 보고 힘을 얻을 수 있다.
『책 청소부 소소』로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2012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로 2013 BIB 황금사과상과 스위스 프티 맘상을 수상한 노인경 작가는 이 작품에서 유아가 좋아하는 공룡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전체 서사를 익살과 재치로 진행하여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