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안녕, 내 사랑!
작가: 윤성은 글, 김근아 그림
출판사: 고래뱃속
발행일: 2024. 2. 26.
서평: 김세희 (KBBY 전임회장)
이 책은 앵무새 ‘구름’의 이야기로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이며 글 책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번 서평에서는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문학교육을 아우른다는 의미에서 그림책에서 약간 벗어나 저학년 동화에 대한 서평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비록 글 책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그림책처럼 그림이 글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이야기는 앵무새 구름이의 시점에서 전개되고 있다. 구름이는 아이들이 하는 말 “꺼져, 바보, 멍청이, 못 생겼어”를 배워 따라하고, 아이들이 깔깔대니 더 열심히 따라한다. 하지만 아이 엄마가 그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 구름이를 방에 가두어버린다. 부드럽고 털이 풍성해 ‘구름‘이라는 이름을 얻었던 앵무새는 외톨이가 되어 앙상한 모습으로 변한다. 결국 구름이는 동물병원에서 지내는 신세가 되고 스트레스로 새로 난 깃털도 족족 뽑아 버린다. 어느 날 아파서 다 죽어가던 17살 강아지를 데리고 온 할머니를 만나고 구름이는 죽은 강아지를 대신하여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할머니는 자신을 “할미”라고 부르며 구름이를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라 부른다. 그러나 말로 큰 상처를 받은 구름이는 할머니가 아무리 예뻐해도 입을 열지 않는다. 할머니가 인터넷 영상에 올린 구름이 사진을 보고, 원 주인이 구름이를 데려간다.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구름이로 돈을 벌 목적이었다. 옛 주인의 속셈을 알게 된 구름이는 열린 창문을 통해 탈출하여 할머니 집을 찾아간다. 할머니를 만난 구름이는 할머니에게서 매일 들으며 따라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말, “안녕, 내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로 다시 입을 연다.
아이들은 앵무새는 아니지만 어른들이 사용하는 말을 배운다.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나쁜 언행에 특별히 반응하는 주변의 반응으로 인해 오히려 나쁜 말하기가 강화될 수 있다. 구름이가 바로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아이가 좋은 말을 배워서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말을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아이가 주변 여러 사람과 따뜻한 관계를 맺는 기초가 된다.
구름이와 할머니는 만나서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며 따뜻한 관계를 맺는다. 둘은 상대방을 자신에게 와준 천사라 생각한다. 헤어지는 슬픔을 딛고 새로운 만남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사랑임을 앵무새 구름이의 이야기가 확인시켜준다.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 구름이는 예쁜 말을 배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믿는다.
앵무새가 주인공인 좋은 그림책이 의외로 많다. 주변의 소리만 흉내 내던 앵무새 해럴드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은 이야기 (앵무새 해럴드, 봄봄), 천편일률적이고 상투적인 뒤퐁 교수의 인사에 항거하는 앵무새들 (앵무새 열 마리, 시공주니어) 등이 있다. 아마도 앵무새는 말을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지능이 높은 이유로 사람들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할 수 있어 그림책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기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림은 매우 온화하고 노란색 계열이 주를 이루면서 장면에 따라 푸른색이 가감되며 조화롭다. 우울할 때는 어두운 푸른색으로, 희망의 시간에는 연한 푸른색이 흰색, 노란색과 함께 섞여 있다. 위기의 순간에는 붉은 색과 푸른색이 가시모양을 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그림의 형태와 색상이 이야기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