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시장에 가면~
글·그림: 김정선
출판사: 길벗어린이
발행일: 2023.09.15.
서평: 변윤희 (동명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한국을 방문한 해외 스타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떡볶이나 김밥을 먹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이나 뉴스에서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시장’이라는 공간은 그 나라의 문화를 드러내는 독특한 공간으로 한국의 특색있는 문화를 경험하고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 방문하고 싶은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이다. 또한 시장은 아동교육에서 지역사회와 경제를 이해하는데 기초적인 장소이기에 수많은 정보 그림책과 사실주의 그림책의 단골 배경이자 소재가 된다. 이러한 평범한 소재를 다루면서 독자에게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다른 그림책과는 차별화된 paratext와 글과 그림의 관계를 창조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에 가면~』은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차별화된 구성과 그림책 요소의 활용을 통해 자칫 뻔하게 생각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소재를 보물 찾기를 하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킨 작품이다. 그림책은 아이와 강아지가 ‘무언가’를 찾으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출발해 남대문시장까지 서울에 있는 16개의 전통 시장을 돌아다니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작은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시장은 거대하고 복잡한 장소이다. 이러한 아이의 시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느낌은 큰 판형(340*250)을 통해 그림책을 읽는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또한 상철제본은 길고 복잡한 골목으로 이루어진 시장의 구조와 계단을 타고 오르내리는 시장 건물의 구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세밀한 그림과 함께 시장의 복잡하고 생기있는 모습을 전달한다. 작가는 서울 시장의 지리적 특성과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동선에 대해 3년에 걸쳐 성실하게 조사하였으며, 이를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구현하고자 치밀한 구성의 세밀한 그림들로 시장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5개의 펼침면은 8쪽을 두루마리 형식으로 만들어 아래로 두 번 펼쳐지게 하여 주인공 아이가 마침내 무언가를 찾아내는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하여 극대화한다. 이러한 paratext의 차별화와 세밀하고 치밀한 그림은 독자가 시장을 방문하여 돌아보고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며 익숙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림책 전반에 글은 제목부터 본문과 연결되며 리듬을 이룬다. 『시장에 가면~』이라는 제목은 본문의 ‘시장에 가면 ~, 000도 있고~’라는 글과 연결되어 표지에서부터 글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제목부터 이어지는 문체의 운율감은 서체로도 표현된다. 제목에서부터 본문까지 메인 서체로 사용된 ‘산돌 파자마’는 다른 텍스트와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그림과 균형을 맞추며 iconotext를 완성한다. 그림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작가의 역량은 그림책 전반의 글과 그림의 관계에서 발휘된다. 번잡한 시장의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글과 함께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며, 복잡한 그림 속에서 우리의 시선을 주인공에게 고정하고 이후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이끌어가며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렇게 글과 그림이 이끄는 대로 주인공을 따라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독자는 다양한 물건을 파는 시장 상인들을 마주하게 되고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시장 속 이야기들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잠에서 깬 아이의 “또 없다!”라는 말은 그림책을 다시 보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를 통해 반복되는 그림책 읽기는 그림 해석의 다양한 가능성으로 인해 이전의 그림책 읽기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창조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