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호랭떡집
글·그림: 서현
출판사: 사계절
발행일: 2023년 1월 27일
서평: 김민진(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전임 회장/당연직 이사)
우리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자주 나온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 등 많은 이야기에서 호랑이는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악당으로 나오고 슬픈 결말을 맞이하면서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한다. 우리 옛이야기 속 호랑이를 재치 있게 재창조한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현 작가의 「호랭떡집」으로 2024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이다. 「눈물바다」, 「간질간질」, 「커졌다」에 이은 서현 작가만의 유쾌한 이야기와 그림을 즐길 수 있다.
서현 작가는 옛이야기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외치던 호랭이를 떡집 사장으로 변신시켰다. 자신이 좋아하는 떡을 실컷 만들어 먹을 생각에 마냥 행복할 거 같았던 호랑이지만 개업 첫날부터 고생길이 열렸다. 첫 주문은 지옥 염라의 생일 축하 떡을 만들어 지옥으로 배달하는 것이다. 밤새 정성껏 만든 떡을 가지고 지옥에 갔으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외치며 쫓아오는 요괴들로 혼쭐이 난다. 과연 호랑이는 염라의 생일 축하 떡을 무사히 배달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는 손이 바쁘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자신만만한 호랑이의 모습은 없고 맛있는 떡을 만들어 먹을 생각에 행복해하는 잔망스러운 호랑이, 요괴들에게 쫓겨 잔뜩 겁먹은 호랑이 등 다양한 호랑이의 심리와 모습이 유쾌하게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크다. 그리고 호랑이와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는 요괴들의 모습이 팥시루떡, 절편, 송편, 가래떡 등 다양한 떡으로 이미지화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크다.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한 문학 작품은 무한 상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무 매력적이다. 옛이야기 속 호랑이를 유머러스하게 각색한 또 다른 그림책으로 이지은 작가의 「팥빙수의 전설」 등이 있다. 그리고 옛이야기를 직접 제작한 입체 인형들로 아름답고 충실하게 재현한 백희나 작가의 「팥죽할멈과 호랑이」 역시 흥미롭다. 아이들과 다양한 그림책 속 호랑이 이야기를 함께 즐겨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