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저 자 : 전미화 글 / 조원희 그림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발행일 : 2024. 03. 28.
서 평 : 서정숙(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네이버 ‘서정숙의 그림책 이야기’ 블로그 운영자,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전임 회장, 당연직 이사)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는 그동안 「미영이」, 「씩씩해요」, 「달려라 오토바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여럿 쓴 전미화가 글을 쓰고, 이야기의 주제를 상징적인 이미지로 분명하게 표현해온 조원희가 그림을 그린 작품이에요.
그동안 그림책에서 별로 다루지 않았던 내용, 입양아와 부모의 아픔과 슬픔, 사랑을 아주 함축적이고 감동적으로 담아냈어요. 특히 혈통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적 배경에서 입양 가족은 다른 어떤 가족보다도 편견에 크게 노출된 가족이라는 점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에 주목하게 되네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붉은색의 아이(갓난아기를 뜻함)를 커다란 사람이 두 손으로 안전하게 받아 키워요. 아이는 야무지고 단단해 보였고 빛이 났다고 하네요. 사람들은 무례하고 끈질기게도 아이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고 또 물어요. 자기들끼리 숙덕거리기도 하는 그림은 입양아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보여줘요.
아이도 양육자에게 물어요. 자기는 어디서 왔느냐고요. 커다란 사람은 아이가 물을 때마다 답하지요. 하늘에서 왔다고요. 그러나 아이는 하늘 얘기만 하면 화를 내고 혼란스러워하고 좌절해요. 모두가 "버려진 아이"라고 하는 중에 커다란 사람은 어떤 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게 설명이 될까?, 고민합니다.
아이는 심술쟁이 떼쟁이 욕쟁이가 되었고, 커다란 사람과 아이의 심리적 거리는 우주보다 넓게 멀어졌고 아이의 마음의 병은 점점 깊어졌고, 아이는 마침내 입을 닫아버려요. 커다란 사람은 아이를 업고 푸른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으로 가요. 거기서 커다란 사람은 아이에게 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를 이야기해 줍니다.
“너는 하늘에서 떨어졌어.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게 너라는 게 중요해. 땅에서 솟았어도 바람에 실려 왔어도 아무 상관 없어.”
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를 회상하며 커다란 사람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네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커다란 사람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자애로운 미소를 띠면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그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합니다.
커다란 사람에게 아이는 어떤 연유로든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귀한 인연이기에 커다란 사람은 아이를 두 손 모아 받쳐 들었고, 마치 하늘이 주신 선물처럼 기꺼운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던 거겠지요. 그러니 커다란 사람에게는 아이가 땅에서 솟았든, 바람에 실려 왔든, 그 어디에서 왔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중요한 건 그게 너라는 것!
아이가 부디 커다란 사람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주면 좋겠네요. 아이가 부디 다른 사람들의 수군거림이나 어디서 온 아이냐는 괜한 궁금증에 그만 시달리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가 부디 버려진 아이라는 말에 더는 상처받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자라면 좋겠어요.
아마도 아이는 커다란 사람의 커다란 사랑 안에서 그렇게 자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 둘은 꼭 끌어안으며 "우리는 함께 빛날 것이다"라고 마무리 짓고 있는 걸 보니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몸 색깔과 같은 붉은 대지를 향해 함께 힘차게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 그림책은 입양 가족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여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어린이들과 커다란 사람은 왜 아이를 “하늘에 있는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던 너”라고 표현했을지,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어요. 또는 커다란 사람으로부터 아이를 처음 만난 날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지를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네요. 이런 이야기 나눔은 입양 가족을 비롯하여 ‘가족’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