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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




제 목 : 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
저 자 : 마수드 가레바기 글·그림 / 이정은 옮김
출판사 : 풀빛
발행일 : 2024. 02. 28.
서 평 : 김은심(강릉원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수다쟁이 어린 물총새!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고 자꾸자꾸 혼자서만 말을 합니다. 아빠 물총새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조잘대네요. “개구리 좀 보세요. 파리를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 “아빠가 큰 물고기를 잡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셋이잖아요.”, “다른 새들은 사냥하거나 먹이를 먹을 때 지저귄대요. 그러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 “아빠, 바로 물속으로 들어갈 거예요? 안돼요!”, “아빠, 우리 다른 데로 옮기는 게 어때요? 바위 같은 곳이요.” 시끌시끌 종알거리는 동안 물고기들은 모두 도망쳐버렸습니다.
 
  아빠 물총새는 조용히 충고합니다. “네가 말을 하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 배울 수도 없단다.” 하지만 듣고만 있는 건 너무 지루한걸요. 더 말하고 싶었던 어린 물총새는 아빠 곁을 떠나 이야기할 친구를 찾아 날아가 버립니다. 그러다 마침 옹기종기 모여 과일을 먹으며 숲이 떠나가라 수다를 떨던 한 무리 앵무새들 곁에 내려앉게 되지요.
 
  이란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인 마수드 가레바기는 듣지 않는 말하기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결처럼 수다들이 페이지 가득 넘실거리는 장면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너무 시끄러웠던 나머지 사냥꾼에게 잡혀 복잡한 자물쇠가 달린 새장에 갇힌 후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떠드는 앵무새들의 목소리를 한 장 꽉 채워 쏟아낸 장면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바퀴벌레를 삼킨 이야기, 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 인간은 멍청하다인간에게 잡혀왔으면서도!고 얕보는 이야기, 배고프다는 이야기. 조각난 말의 홍수 속에서 의미를 모으는 아기 물총새의 골똘한 표정과 날갯짓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됩니다. 아기 물총새는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자기 말만 한껏 내뱉느라 남의 말을 들을 생각은 좀체 하지 않는 앵무새들은요?
 
  ‘듣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화수분처럼 계속해서 피어나고, 남이 말하는 동안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내 할 말을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함께 앉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은 또 자기 말을 하는 때도 있지요. 동시에 말머리를 꺼내버리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중간에 끼어들어 마음대로 수다를 떨었던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요? 핑계는 지금 말 안 하면 잊어버릴까 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귀는 두 개이고 입은 하나인 이유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TV 토크쇼 시청률 1위를 고수하던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화법을 ‘1, 2, 3 화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끄덕여라. 적게 말하고 많이 듣고, 그보다 많이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좋은 청자가 되기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말을 잘 듣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은 날, 마수드 가레바기의 남의 말을 듣는 것은 어려워를 추천합니다. 슥슥 그려 오려 붙인 그림과 물결치듯 넘실대는 앵무새들의 수다, 그리고 아기 물총새의 모험이, 그 짧은 여행이 전하는 교훈이 흥미롭습니다.
 

 
 첨부파일
남의말을듣는건어려워_앞표지(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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