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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차] 2021년 4월 10일 토요일, 이슈와 토론 분과 모임
39차 4월 10일 「중개성을 활용한 이야기그림책 읽기 방법 연구- <동물원>의 ’보는 이‘를 중심으로」: 정래필 (영남대학교)

 

작성자: 변윤희

발표자: 정래필
  • 영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강의 주제 중개성을 활용한 이야기그림책 읽기 방법 연구-<동물원>의 '보는 이'를 중심으로

 

 

들어가기
  • 이야기그림책은 전통적인 서사물과는 달리 ‘그림’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글 텍스트 해석에 필요한 시점과 인칭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 본 연구에서는 본고는 ‘대위 관계’의 구성 방식을 지닌 작품 <동물원>을 바탕으로 서술의 중개성을 살펴보고 글과 그림으로 담론화되는 이야기 그림책의 서술 특성에 맞는 읽기 방법 제시하고자 한다.

 

1. 서사론적 관점에서 그림책 장르를 논의한 연구들

 

(1) 이야기그림책의 서술구조를 탐구한 연구들

김명옥(2011)은 서사무가를 재구성한 그림책의 서술전략을 분석하였다. 특히 서술자와 등장인물의 목소리에 주목해 이야기의 전달 과정을 탐구하는데, 이 점은 이야기그림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근거로 글과 그림의 관계에 주목했다는 점에 의미를 갖는다(정래필, 2016). 조희숙(1996)은 6세 유아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순서대로 나열해 서술할 수 있는 수평구조와 개별 에피소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응집력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직구조를 탐구한다. 그리고 임영심, 이경하(2006)는 극놀이 과정에서 원본의 이야기와 이를 재구성한 유아의 이야기의 구성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유아의 문해력과 연결한다. 이들 연구는 이야기그림책의 서술구조에 나타난 여러 특징들을 유아의 읽기 활동으로 구체화했고, 서사의 허구성과 학습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이야기그림책의 소통적 특징에 주목한 연구들

최윤정, 한동욱(2013)은 유아들이 이야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시도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을 분석한다. 말과 몸짓이라는 개인적 내러티브의 형식에 주목해 소통 과정을 탐구한 점이 창의적이다. 최예린, 박찬옥(2010)은 영유아들의 그림책 읽기에 시각과 촉각이 동시에 작동하는 점을 규명했다. 비록 서사의 본질과 원리에 바탕을 두고 그림책 읽기를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영아의 ‘시각 행위’로 수행되는 이야기 재구성 과정을 탐구한다. 이 점은 이야기그림책 읽기에서 독자의 서사 재구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이야기그림책 읽기 과정의 본질을 규명한 연구들

이차숙(2013a)은 유아들의 이야기 읽기 과정에 작동하는 다양한 서사장치를 제시한다. 특히 줄거리 구성에서 유아들은 ‘초점화’라는 특별한 시각적 서사장치를 사용하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림읽기가 시각적 사고의 과정이라는 점에 착안해 시각적 사고의 과정과 특성을 설명한 Arnheim의 이론을 바탕으로 그림읽기 지도 전략을 도출했다(이차숙, 2013b).

 

 

2. 이야기그림책의 중개성

 

(1) 중개성 탐구의 의미

서사물의 내용이 독자에 전달되는 방식을 중개성(mediacy)이라고 하는데, 소설과 동화와 같이 언어로 구성된 서사물은 ‘말하는 이’를 가리키는 서술자가 이야기의 중개 역할을 한다. 중개성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개성은 서사 읽기 과정에서 대화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한다. 둘째, 중개성은 독자에게 서술자가 전달하는 특정 가치관을 확인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형성하도록 한다. 셋째, 중개성은 서술자의 가치관에 대한 독자의 관점을 심화시킨다. 독자는 서술자의 가치관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서술의 중개성에 대한 이해는 심층적으로 인물을 이해하고 서사텍스트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를 탐구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Stanzel(1984/1990)은 서술의 중개성을 형성하는 요소에 따라 서술상황을 3가지로 제시한다. 즉 서술자의 세계와 인물의 세계가 동일한 일인칭 인물이 중개를 담당하는 것, 인물의 세계와 다른 차원에 있는 서술자가 서술의 중개를 담당하는 것, 서술자의 세계와 인물의 세계가 다른 차원이지만 서술자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특정한 작중인물의 시각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 등으로 나눈다. 그래서 학습자는 서사물을 대할 때 서술자 중심으로 누가 말하는가에 주목해 1인칭과 3인칭으로 나누면서 해당 텍스트의 중개 방식을 분석해 작품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러한 방식의 서사교육은 결국 Brooks, Warren(1960/1985)이 제시한 시점의 사분법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동화나 소설과는 달리 글과 그림의 복합 매체로 구성된 이야기그림책의 경우 그 중개 양상이 복잡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글 이야기에 비해 그림 이야기의 비중이 큰 텍스트일 경우에는 일반 서사물의 중개성을 읽기 과정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즉 이야기그림책이라는 장르에 맞는 중개성 탐구가 요구된다.

 

(2) 이야기그림책 읽기에서 ‘보는 이’의 특징

이야기그림책에는 글 이야기와 그림 이야기가 동시에 제시되며, 독자는 이 두 이야기를 통합적으로 구성해야 제대로 된 읽기가 가능해진다. 글 이야기의 경우 기존의 서술자 중심으로 이야기 전개 과정을 파악할 수 있지만 그림 이야기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말하는 이’가 없기 때문에 독자는 다른 방식의 중개성을 활용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초점화 주체를 가리키는 ‘보는 이’이다. ‘보는 이’는 특히 글 이야기보다 그림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 중개성을 탐구하는 데 적합하다.

이야기그림책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목소리의 주체도 있지만, 각 장면마다 특정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도 있다. 즉 서술자와 초점화 주체가 이야기 중개자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야기그림책 <동물원> 과 같이 ‘누가 말하는가’ 하는 서술자의 역할이 적을 때 독자에게 필요한 중개성 탐구의 대상은 ‘누가 보는가’ 하는 초점화 주체일 것이다.

서술자가 ‘누가 말하는가’를 의미한다면 초점화 주체는 ‘누가 보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동물원> 과 같이 그림 이야기가 이야기 전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사물이라면 서술자보다는 초점화 주체를 통해 서술의 중개자를 확인하고 이를 읽기 전략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Genette의 초점화 유형이 단일한 기준에 따라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한 Rimmon-Kenan(1983/1999)은 ‘위치’를 기준으로 ‘내적초점화’와 ‘외적초점화’로, ‘지각’을 기준으로 ‘내부로부터 지각한 초점화’와 ‘외부로부터 지각한 초점화’로 그 유형을 제시한다.

 

 

3. ‘보는 이’ 중심의 이야기그림책 읽기 활동

 

(1) 인물의 시각을 통해 상황 파악하기

일반적으로 서술자는 이야기를 말하고 전달하는 존재이지만 초점화 주체는 장면에 제시된 대상을 보고 지각하는 존재이다. 서술자가 없는 장면에서 독자는 초점화 주체인 ‘보는 이’의 지각에 주목함으로써 이야기 전개과정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야기그림책의 매력이 돋보이는데, 독자는 각 장면의 그림에 나타난 대상에 대한 ‘보는 이’의 얼굴 표정이나 행동 등을 통해 그 지각내용을 추론한다.

텍스트 내에서 초점화는 주인공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그림책의 각 장면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무언가를 바라보며 나름의 지각을 드러낸다. 글로 이루어진 서사물의 경우 대부분 서술자의 목소리에만 주목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건과 상황의 중심에는 서술자의 관심을 받는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많은 인물들이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된 다. 서술자는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나 주인공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점화는 주인공이나 중심인물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인물, 혹은 엑스트라와 같이 소소한 역할을 담당하던 인물의 관점도 배려하는 서술전략이다.

 

(2) 텍스트 외부에서 인물간의 관계 이해하기

이야기그림책에는 서술자가 없기도 하고, 서술자가 있더라도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중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전자는 그림 이야기로만 제시되는 텍스트이며, 후자는 그림 이야기가 이야기 전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텍스트이다. <동물원> 에는 서술자의 부재 장면이 많기 때문에 후자에 해당한다.

텍스트 외부에서 관찰자로서 ‘보는 이’는 주인공과 중심인물뿐만 아니라 주변인물과 사물까지 볼 수 있다. 독자는 글로만 이루어진 서사물을 읽으면서 서술자의 전달 내용만 수용하지만 이야기그림책의 경우 보는 이에 의해 포착된 인물, 공간, 사물 등 다양한 요소의 관계를 파악하며 전체 장면을 이해한다. Bal(1985/1999)에 따르면 등장인물만 아니라 사물이나 배경, 그리고 사건 등도 보이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독자의 시각에서 장면 해석하기

최근 인지서사학은 서사 읽기에서 독자의 구성과 의미 생성에 주목하는 데, 이에 따라 서술기법이나 전략도 독자의 관점에서 재개념화된다. 구조주의 서사학은 ‘서사텍스트를 서사 텍스트답게 만들어주는 서사성은 서사 텍스트 속에 내재’한다고 논의하지만, ‘인지주의 서사학에서는 이 서사성을 서사 텍스트와 독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재구성’(최용호,2009)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인지적 서사학은 서술기법을 독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교육방법으로 구체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독자가 장면 내 모든 존재와 사물을 관찰할 수는 없다. 독자는 다양하고 복잡한 초점화 중에서 해석의 중요도에 따라 ‘보는 이’와 ‘보이는 대상’을 선택한다(O'Neill, 1996/2004). 독자는 장면의 모든 정보를 수용하지는 않는다. 텍스트 해석에 필요한 내용이나 이야기 이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 등을 선택한다. 텍스트의 어떤 부분들은 특정 독자에게는 쓸모없을 수도 있다(Emmott, Sanford, & Alexander, 2013). Genette(1994)가 초점화를 정보의 선택이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즉 작가의 판단에 따라 정보의 선택과 배제가 이루어지듯이 독자 역시 초점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처리하면서 읽기를 진행한다.

 

 

5. 결론

 

이야기그림책은 전통적인 서사물과는 달리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개성을 지닌다. 글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림 이야기의 분석과 해석에도 관여할 수 있는 서술 방법으로 초점화 이론에 주목했다. 이는 이야기그림책의 ‘그림’ 이야기가 ‘말하는 이’(서술자)가 아니라 ‘보는 이’(초점화 주체)의 관점으로 전달된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보는 이’ 중심의 이야기 읽기는 내적초점화, 외적초점화, 독자초점화의 층위에서 진행되는데, 각각의 초점화 논의를 바탕으로 ‘보는 이’의 중개성을 고려한 읽기 활동 내용을 제시했다.

‘보는 이’ 중심의 이야기그림책 읽기는 책의 그림을 단서로 내용을 추측하고, 이해하는 활동과 연결된다. 독자는 ‘보는 이’와 ‘보이는 대상’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다음 장면에 이어질 내용을 추측하고, 장면과 장면을 통합적으로 구성하면서 전체 스토리를 구성한다. 또한 독자 스스로 ‘보는 이’가 되어 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개정 누리과정(교육부, 보건복지부, 2019)의 ‘책과 이야기 즐기기’의 내용과 ‘예술 감상하기’의 내용 중에서 자유롭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활동으로 연결된다. 독자가 장면 속 다양한 인물을 보는 행위에 주목해 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추측하기도 하고, 독자 자신이 직접 ‘보는 이’가 되어 상상력을 통해 장면 속의 여러 상황을 자유롭게 재구성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교육부, 2015)도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을 바탕으로 인물의 심리를 상상하고 이에 공감하는 활동을 강조한다. ‘보는 이’ 중심의 읽기 활동은 다양한 인물의 보는 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지각 내용에 주목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상황과 처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 위의 내용은 4월 10일 이슈와 토론 분과의 발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동물원> 을 중심으로 분석한 자세한 내용은 어린이문학교육 연구 21권 4호의 논문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