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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차] 2021년 10월 2일 토요일, 이슈와 토론 분과 모임
41차 10월 2일 「Leo Lionni 그림책에 나타난 Bakhtin의 대화주의 특성」: 정은아(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

 

작성자: 장윤미 / 감수: 변윤희

발표자: 정은아
  •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
강의 주제 Leo Lionni 그림책에 나타난 Bakhtin의 대화주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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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차 분과 모임은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를 졸업한 정은아 박사의 <Leo Lionni 그림책에 나타난 Bakhtin의 대화주의 특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 Bakhtin의 대화주의로 그림책 작가인 Leo Lionni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 정은아 박사의 박사학위논문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한명의 그림책 작가를 선정하여 그림책 작가 비평을 시도한 논문이라는 의의를 가진다.

 

 

Leo Lionni 그림책에 나타난 Bakhtin의 대화주의 특성

 

 

Ⅰ. 연구 배경 및 목적

 

◎ 그림책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과 저변 확대, 인식 개선 및 다양화에 힘입어 그림책은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음.

◎ 그러나 교육적 활용성에 가려져 그림책이 지닌 고유의 문학적 가치는 간과되기 쉬움.

  • 그림책 관련 선행 연구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의 서평 및 후기들도 작품 자체에 대한 감상이나 해석보다는 교육의 일환, 연계 프로그램 등의 활용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음.
  • 여러 학자들(김혜원, 2016; 유영의, 곽정인, 2012; 유지은, 김영실, 2009; 이대균, 백경순, 2004; Nikolajeva, 1998; Thiele, 2010; Van der Pol, 2012)이 문학을 문학 작품으로서 읽는 것이 매우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에 대해서는 도구적인 접근이 주를 이룬다고 지적하면서 문학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였음.
  • 그 동안 수행된 그림책 연구에서 그림책의 문학적 가치에 집중하거나 한 작가의 작품들을 다룬 평론은 많지 않은 실정임.

◎ 한 작가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연구는 작품을 유기적 연결 관계 속에서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님.

  • 또한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한 작가의 작품들을 심도 있게 살펴보는 과정에서 유아 독자들이 작가에게 개인적인 연결감(personal connection)을 느끼고, 문학 작품에 대한 의미심장하고 복합적인 이해와 예술에 대한 감상을 발전시킬 수 있음(Hansen, 2006).

◎ 오래도록 일관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 중에서 Leo Lionni는 ‘그림책 분야에 큰 획을 그은 인물(Lepri, 2019: 165)’이자 ‘20세기 최고의 그림책 대가(조희숙, 전연우, 2012: 102)’, ‘이솝 이후 가장 위대한 우화그림책 작가(황순선, 2012: 28)’, ‘세계 3대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신명호, 2009: 367)’으로 평가 받음.

  •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칼데콧상(Caldecott Medal)을 비롯한 여러 권위 있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음.
  • 유치원 현장에서도 Lionni의 작품들은 많이 활용되고 있음.
  • Lionni의 작품은 다양한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줌.

◎ 러시아의 문학 이론가이자 사상가인 Mikhail Mikhailovich Bakhtin(1895-1975)이 주창한 대화주의(Dialogism)는 문학 비평 이론 중에서 타자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사상 또는 이론임.

  • Bakhtin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문학 이론가(Todorov, 1981: 13)’, ‘문학 및 철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가 중 한 사람(Pechey, 2007: i)’ 등으로 평가받고 있음.

◎ Bakhtin의 대화주의로 일컬어지는 사상은 문학은 물론 심리학, 언어학, 민속학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함(Clark & Holquist, 1984).

  • 대화주의를 간단히 말하자면 대화를 인간 삶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파악하고, 나(주체)와 타자들 사이의 ‘대화 관계’ 혹은 ‘대화성’ 속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음(Bakhtin, 1984).

◎ 대화라는 말 자체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 사이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상호작용을 의미함.

  • 마찬가지로 대화주의에서도 하나의 독백이나 한 사람의 지배보다는 다양한 목소리와 그들 사이의 동등한 권리 그리고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강조함.
  • 문학 이론에서 보았을 때 대화주의는 대부분의 현대 문학 이론과 달리 극단적인 독단주의나 극단적인상대주의의 오류가 아닌 문학을 보다 균형 있게 접근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김욱동, 1988).

◎ Bakhtin(1984)은 자기 폐쇄적인 자아를 부정하고 자아 혹은 의식이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언어를 매개로 한 상호작용 속에서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중요시하였음.

  • 결국 대화주의는 타인과의 대화적 관계를 중요시하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상호적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

◎ 이상에서 살펴본 것 처럼, Lionni의 작품에는 대화(언어)를 매개로 한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필수불가결한 조건으로 바라본 Bakhtin의 대화주의가 은유적으로 그려져 있다고 할 수 있음.

  • 또한 자아의 형성 과정에서 대화(언어)의 역할을 글과 그림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낸 점에서 Lionni의 작품 세계는 Bakhtin의 대화주의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음.

◎ 따라서 본 연구는 Leo Lionni의 작품을 Bakhtin의 대화주의적 특성에 기반하여 살펴보기로 함.

 

 

Ⅱ. Leo Lionni의 생애와 작품 세계

 

1. 레오 리오니의 생애

◎ Leo Lionni는 1910년 5월 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생함.

  • 아버지의 부임에 따라 벨기에,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학창 시절을 보냄.
  • 이탈리아에서 학업을 마치고 결혼하여 정착하였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파시즘으로 인해 미국으로 이민함.
  • 예술과 관련된 수많은 직업(화가, 조각가, 영화 및 예술비평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도예가, 모자이크 기술자, 석판 인쇄 기술자, 아트 디렉터, 편집자, 그림책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을 가졌던 까닭에 예술의 ‘백과사전’에 비유되기도 함.

◎ 그는 디자인 업계에서의 은퇴를 생각하던 50세 즈음 우연한 계기로 그림책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함.

  • 이후 매년 꾸준히 작품을 쓰며 총 40여 편의 작품을 남김.
  • 파킨슨 병으로 투병하다가 1999년 사망함.

 

2. 레오 리오니의 전체 작품 목록 (총 40편)
구분 제목 출판연도 국내 번역본 제목 국내 출판연도
1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 1959 파랑이와 노랑이 2003
2 Inch by Inch 1960 꿈틀꿈틀 자벌레 2003
3 On My Beach There Are Many Pebbles 1961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2017
4 Swimmy 1963 으뜸 헤엄이 2013
5 Tico and the Golden Wings 1964 티코와 황금 날개 1979
6 Frederick 1967 프레드릭 2013
7 The Biggest House In The World 1968 세상에서 가장 큰 집 2003
8 The Alphabet Tree 1968 알파벳 나무 2005
9 Alexander and the Wind Up Mouse 1969 새앙쥐와 태엽쥐 1999
10 Fish is Fish 1970 물고기는 물고기야 2000
11 Theodore and the Talking Mushroom 1971 생쥐는 버섯이 말을 한다고 2007
12 The Greentail Mouse 1973 초록 꼬리 2019
13 Pezzettino 1975 작은 조각 2007
14 In the Rabbitgarden 1975 국내 미발간 -
15 A Color of His Own 1976 제각기 자기 색깔 2007
16 I Want to Stay Here I Want to Go There: A Flea Story. 1977 국내 미발간 -
17 Parallel Botany 1977 국내 미발간 -
18 Geraldine The Music Mouse 1979 음악가 제럴딘 2019
19 Mouse Days 1979 국내 미발간 -
20 Let's Make Rabbits 1982 토끼가 된 토끼 2003
21 Let's Play 1983 국내 미발간 -
22 Cornelius 1983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 2004
23 Who 1983 국내 미발간 -
24 What 1983 국내 미발간 -
25 When 1983 국내 미발간 -
26 Where 1983 국내 미발간 -
27 Frederick & rsquo;s Fables: A Leo Lionni Treasury 1985 국내 미발간 -
28 Colors 1985 국내 미발간 -
29 Letters 1985 국내 미발간 -
30 Numbers 1985 국내 미발간 -
31 Words 1985 국내 미발간 -
32 It's Mine 1985 내 거야! 2003
33 Nicolas Where Have You Been 1987 니콜라스 어디에 있었어? 2019
34 Six Crows 1988 까마귀 여섯 마리 2007
35 Tillie and The Wall 1989 틸리와 벽 2019
36 Matthew's Dream 1991 그리미의 꿈 2008
37 A Busy Year 1992 한 해 열 두달 2005
38 Mr. McMouse 1992 국내 미발간 -
39 An Extraordinary Egg 1994 아주 신기한 알 1997
40 Between Worlds 1997 국내 미발간 -

 

3. 레오 리오니의 작품 세계

◎ 그는 예술 형식에 있어 하나의 헤게모니는 없기 때문에 자신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함(Gordan, 1992).

  •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그의 작품에서 특히 잘 드러나는데 다양한 동물들(쥐, 토끼, 달팽이, 벌, 새, 개구리, 물고기, 악어, 벌레 등)이 작품 안에 등장하고 때로는 도형 같은 무생물도 등장함.
  • 등장인물들의 다양성만이 아니라 그들이 구성하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지닌 다른 입장, 다른 목소리들이 함께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음.

◎ 그의 작품들에서는 다름으로 인한 차이와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를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잘 그려짐.

  • 작품 안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등장인물이 성장하게 됨.

 

 

Ⅲ. Bakhtin의 생애와 대화주의

 

1. 바흐친의 생애

◎ Bakhtin은 1895년 모스크바 남부에 위치한 오를(Oryol)에서 출생함.

  •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곳에 살며 훗날 대화주의의 기초가 되는 다양한 언어 집단과 문화, 계층의 혼합을 경험하게 됨(Clark & Holquist, 1984).
  • 페테르스부르크(Petrograd) 대학에서 고전 문학과 문헌학을 전공하였으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자유로운 학문 활동을 하지 못함.

 

2. 바흐친의 대화주의(Dialogism)

◎ 대화(Dialogue)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를 뜻함(출처: 국립국어원).

  • 대화는 타인과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언어적 행위를 뜻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상대가 되는 타자, 그리고 서로 주고받는 응답을 수반함.

◎ Bakhtin의 사상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대화주의(Dialogism)는 그 의미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에한 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음.

  • 대화주의를 문학 이론적으로 보자면 형식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학 이론이라고 할 수 있고, 넓은 의미로 볼 때는 인간을 타자와 대화하는 존재로 간주하는 새로운 인식(Vitanova, 2013)적 사고라고 할 수 있음.
  • 또한 Bakhtin의 대화주의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하나의 절대성 혹은 단일함이 지배하는 독단주의를 배격하고 상대성 그리고 다원성이라는 관점을 통해서 인간의 삶 그리고 문학을 파악하고자 하였다는 점임(김욱동, 1991).

◎ 개인의 독백적인 발화 혹은 추상적 시스템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발화가 만나는 언어적인 상호작용, 즉 사회적 의사소통(Bakhtin & Volosinov, 1973)이라는 입장을 취함.

  • 문학 이론과 언어의 주요 입장들 사이에서 대화주의는 기본적으로 서로 간의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측면을 강조하였다고 할 수 있음.

◎ Bakhtin은 하이데거나 부버 등 여러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대화를 존재의 본질적 측면으로 보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에서는 여러 철학자들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음.

  • 하지만 이전의 사상들과 구별되는 점은 Bakhtin의 대화주의가 문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문학 작품을 분석하기에 적합한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음.
  • 또한 대화주의는 서로 다른 다양한 목소리들의 동등한 권리와 공존을 강조하면서 타자와의 차이와 다양성의 존중에 무게를 두었음(김욱동, 1991).

 

3. 대화주의(Dialogism)의 특성 및 요소

◎ 대화주의가 포괄하는 다양한 특성 및 요소 중에서, 본 연구에서는 대화주의 관련 문헌 및 논문에서 가장 주요하게 언급되는 다음 3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함.

  • 다성성(polyphony)
  • 비종결성(indeterminacy)
  • 카니발적 특성(carnivalesque characteristics)

 

1) 다성성

◎ 다성성은 간단히 말하면 다양하고 독립적인 의식들이나 목소리들을 뜻하며 개방적인 특징을 지님(이명재, 오창은, 2009).

  • 간단히 정의했을 때 다성성을 여러 목소리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표현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각각의 목소리가 서로 다른 가치와 의견을 주장하는 것임.
  • 그렇기 때문에 다성성은 본질적으로 하나로 지배되거나 닫혀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향해 열려 있음을 보여 줌.

◎ 결국 어떤 작품이 다성성을 포함했다거나 다성적인 문학이라고 했을 때는, 다양한 의식들과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실체로서 존재하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음.

  • 이러한 다양한 의식들과 목소리들은 자신의 세계를 지니고 있으며 각자가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음.
  • 즉 다성성은 작품 속의 인물들이 하나의 목소리에 종속됨 없이 그들 나름대로의 의식을 지니고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지칭함(유성이, 2002).
  • 따라서 문학 작품 안에서의 다성성은 등장인물들의 고유하고 개별적인 생각과 인식이 병존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음(김종훈, 2017).

 

2) 비종결성

◎ 비종결성은 문학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최종적인 말’이 행해지지 않은, 즉 대화나 텍스트가 최종적으로 종결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함(Bakhtin, 1984: 242).

  • 비종결성은 고정 불변한 어떠한 상태로 종결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닫히지 않는 열린 미래로 향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음.

◎ 이러한 비종결성은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대될 수 있음.

  • Bakhtin은 인간이 “내면으로부터 성장”한다고 언급하였고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함으로써(Bakhtin, 1984: 87) 최종화되지 않은 인간, 즉 미래로 향하는 인간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함.
  • 인간은 어떤 시점에 고정되어 최종적인 모습으로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님.
  • 이렇게 Bakhtin은 비종결성이 문학 작품 안에서 나타나는 특성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실존에 내재하는 본질적인 것으로 기술함(Morson & Emerson, 1990: 89).
  • 즉 비종결성은 고정되지 않은 열린 상태를 의미함과 동시에,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긍정하는 의미로확대될 수 있음.

 

3) 카니발적 특성

◎ 카니발은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3일 혹은 1주일에 걸쳐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기는 축제를 뜻함(출처: 다음 사전).

  • 카니발 기간에는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가면무도회를 즐기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하거나, 왕에게 왕관을 씌우고 다시 벗겨내는 극을 진행하는 등 국가나 지역의 풍습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진행됨.
  •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세계로 변화와 다양성을 중시하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생명력과 창조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
  • Bakhtin은 카니발을 ‘거꾸로 된 삶’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러한 카니발은 극적으로 대립하는 지점에 서있던 것들의 공존을 의미하며, 위기와 극복, 변화와 갱생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음(황혜진, 2013).

◎ 카니발이 지닌 여러 특성 중에서 Bakhtin이 특히 주목한 부분이 바로 웃음이었음(이강은, 2011).

  • 단순히 즐기는 축제를 넘어, 웃음을 통해 삶의 모순적인 부분이나 억압된 부분, 어두운 부분까지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임.
  • Bakhtin은 카니발에서 나타나는 웃음이 억압적인 사회적 규범을 극복하는 동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도 사라지게 한다고 주장함(Morson & Emerson, 1990).

 

 

Ⅳ. Leo Lionni 작품에 나타난 대화주의적 특성

 

1. 연구 대상 및 방법

◎ 레오 리오니가 남긴 총 40편의 작품 중에서 보드북, 자서전, 중복 출판도서 등을 제외한 27편의 작품을 연구 대상으로 함.

◎ 선행 연구에서 대화주의의 대표적 특성으로 언급되는 다성성, 비종결성, 카니발의 세 요소를 중심으로 리오니의 작품을 평론함.

  • 평론 작성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현은자(2017)가 그림책 평론의 요소로 제시하였던 Barrett(2004)의 미술 비평 요소임(비평의 세 가지 요소로 묘사, 해석, 판단을 제시).

 

2. 연구 대상 작품 목록 (총 27편)
구분 제목 출판연도 국내 번역본 제목 국내 출판연도
1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 1959 파랑이와 노랑이 2012
2 Inch by Inch 1960 꿈틀꿈틀 자벌레 2005
3 On My Beach There Are Many Pebbles 1961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2017
4 Swimmy 1963 으뜸헤엄이 2014
5 Tico and the Golden Wings 1964 티코와 황금 날개 2004
6 Frederick 1967 프레드릭 2012
7 The Biggest House In The World 1968 세상에서 가장 큰 집 2009
8 The Alphabet Tree 1968 알파벳 나무 2010
9 Alexander and the Wind Up Mouse 1969 새앙쥐와 태엽쥐 2010
10 Fish is Fish 1970 물고기는 물고기야 2013
11 Theodore and the Talking Mushroom 1971 생쥐는 버섯이 말을 한다고 2007
12 The Greentail Mouse 1973 초록 꼬리 2004
13 Pezzettino 1975 작은 조각 2007
14 In the Rabbitgarden 1975 국내 미발간 -
15 A Color of His Own 1976 제각기 자기 색깔 2007
16 A Flea Story 1977 국내 미발간 -
17 Geraldine The Music Mouse 1979 음악가 제럴딘 2019
18 Let's Make Rabbits 1982 토끼가 된 토끼 2003
19 Cornelius 1983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 2009
20 It's Mine 1985 내 거야! 2003
21 Nicolas Where Have You Been 1987 니콜라스 어디에 있었어? 2019
22 Six Crows 1988 까마귀 여섯 마리 2007
23 Tillie and The Wall 1989 틸리와 벽 2019
24 Matthew's Dream 1991 그리미의 꿈 2008
25 A Busy Year 1992 한 해 열 두달 2006
26 Mr. McMouse 1992 국내 미발간 -
27 An Extraordinary Egg 1994 아주 신기한 알 2003

 

3. 연구결과

1) 다성성을 드러내는 작품들

① 다성성

◎ 본 연구에서는 작품 안에서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다양한 목소리들과 그들의 어울림, 상호 존중에 집중하여 다성성을 살펴보았음.

  • Lionni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들은 하나의 단성적 모습으로 합치되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음.

◎ 대화주의적 특성 중에서 다성성을 드러내는 Lionni의 작품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입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포함하고 있으며 서로 차이를 지닌 개별적인 존재들이 독립적으로 특수성과 개성을 지닌 채 어울리는 모습 등이 주로 나타났음.

  • 즉 Bakhtin(1984)이 언급한, 각자가 온전한 가치를 지닌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다수의 의식과 목소리라는 다성성이 → Lionni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개별성, 독립성, 개성을 지닌 채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공존하는 모습으로 나타남.

<연구 결과 — 1.다성성 (프레드릭)>

프레드릭

◎ 이 작품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삶의 맥락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잘 드러남.

  •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프레드릭의 목소리, 그리고 육체적이고 현실적인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다른 들쥐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음.

◎ 다성성의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를 지배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지닌 목소리들이 동등한 권리로 공존하는 것임.

  • 이 작품에서는 한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거나 구속하지 않고 각자의 신념대로 자신을 표현함.

◎ 프레드릭은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빛과 색과 말을 모으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들쥐들이 정신적인 가치도 모른 채 일만 한다고 비난하지 않음.

◎ 들쥐들 또한 프레드릭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냄.

  •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프레드릭에게 “넌 왜 일을 안 하니?”라고 물어보거나, 프레드릭이 마치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는 “너 꿈꾸고 있니, 프레드릭?”이라고 나무라듯이 물어보기도 함.
  • 하지만 프레드릭이 “나도 일하고 있어.”라고 대답하자 그 나름의 일을 비웃거나 무시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해 줌.

◎ 들쥐들이 프레드릭을 존중하는 모습은 겨울이 왔을 때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도 드러남.

  • 들쥐들은 프레드릭에게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 프레드릭?”이라고 물어봄.
  • 이는 들쥐들이, 프레드릭이 자기 나름대로의 일을 통해 양식을 모은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신들과는 다른 생각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음.

◎ 대화주의의 다성성은 결국, 그저 다른 목소리들의 공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가치와 목소리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전제로 함.

  • 「프레드릭」이 현대판 「개미와 배짱이」에 비유되면서도 후자와는 달리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되는 것은 다성성, 즉 다양한 목소리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음.

◎ 결국 이 작품에는 서로의 개별적인 입장과 다른 목소리들을 나타내는 다성성 그리고 다성성을 가능하게 하는 상호존중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음.

  • 다성성과 반대되는 의미의 독백(성)은 자신만의 목소리만 주장하지만, 대화주의의 다성성은 타자의 의식에도 충분한 의미와 권위를 허용함(Morson & Emerson, 1990: 417).
  • 즉 나와 다른 여러 목소리들의 어우러짐인 다성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프레드릭으로 대변되는 영혼의 목소리나 다른 들쥐들로 대변되는 육체의 목소리 중 하나의 목소리만이 독백적으로 자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편에 있는 타자의 목소리를 허용하고 서로 존중해야 하는 것임.
  •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서로의 목소리에 대한 존중이 아름다운 빛, 색, 시와 함께 드러나고 있음.

 

◎ Lionni 작품들 가운데 다성성이 가장 주요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는 아래 12개의 작품이 있음.

  • 다양한 모양과 색을 지닌 주체들이 등장하는 「파랑이와 노랑이(Little Blue and Little Yellow)」,
  •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 숲 속 다양한 생명들의 어울림을 보여 주는 「꿈틀꿈틀 자벌레(Inch by Inch)」,
  • 다양한 존재들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형상화한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On My Beach There Are Many Pebbles)」,
  • 차이를 지닌 개별적 존재로서의 사유를 그린 「티코와 황금 날개(Tico and the Golden Wings)」,
  • 서로 다른 목소리의 존중이 두드러지는 「프레드릭(Frederick)」,
  • 알파벳이라는 개별 존재들의 동등한 목소리가 중요한 의미로 어울리는 모습을 그린 「알파벳 나무(The Alphabet Tree)」,
  • 자신이 지닌 개별적 특수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담은「물고기는 물고기야(Fish is Fish)」,
  • 동등한 권리로 함께 하는 목소리들을 보여 주는 「A Flea Story」,
  • 서로 다른 목소리들의 존중을 그린 「음악가 제럴딘(Geraldine the Music Mouse)」,
  • 동등한 입장에서의 주장을 드러내는「내 거야!(It’s Mine!)」,
  •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목소리들의 만남을 표현한 「까마귀 여섯 마리(Six Crows)」,
  • 상이한 존재들의 목소리와 그 사이의 우정을 형상화한 「한 해 열두 달(A Busy Year)」이 있음.

◎ 작품 안에 드러난 다성성의 모습은 유아 교육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함.

  • 유아기는 상호이해 및 존중을 내면화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단계이므로(차금안, 2012), 다양성의 존중은 유아 교육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음.
  • 실제로 만 5세 유아들이 유치원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갈등 상황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산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음(오정희, 임부연, 2015).
  • 차이를 지닌 여러 목소리들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나, 함께 대화를 나누는 관계 안에서 생산과 창조가 일어날 수 있음.
  • 유아가 교실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적 목소리의 충돌이나 다양성의 경험이 필수적임(이수원, 2012).
  • 또 다른 선행연구에서, 만 5세 유아들이 또래들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표현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남(이수연, 노영희, 2020)

 

2) 비종결성을 드러내는 작품들

① 비종결성

◎ 본 연구에서는 비종결성을, 최종화되지 않은 미종결의 상태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상태로 바라보았고 또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도전하고 모험하는 모습을 통해 살펴보았음.

  • 등장인물들이 완결되고 끝난 존재가 아니라 미래와 성장을 향해 열려 있는 비종결적 존재로 자신을 바라보았기에 일련의 시도와 모험이 일어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적인 성장을 보여 줄 수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임.

◎ Leo Lionni의 작품 안에서는 최종화되지 않는 모습, 낯선 곳으로의 모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자신에게 주어진 틀과 한계에 고정되지 않는 모습 등을 통해 비종결성의 특성이 드러남.

  • Bakhtin(1984: 87)이 언급한, 최종화되지 않는 결말 그리고 스스로의 내면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있는 의미로서의 비종결성이 → Lionni의 작품에서는 종결되지 않는 모습 및 고정된 틀 안에 갇히지 않고 도전과 모험을 통해 성장을 향해 흐르는 모습으로 나타남.

<연구 결과 — 2. 비종결성(제각기 자기 색깔)>

프레드릭

◎ 이 작품에서 카멜레온은 결국 자신만의 색을 찾지는 못하였음.

  • 이러한 결말은 카멜레온의 색, 그리고 색으로 대변되는 정체성이라는 것 자체를 비종결적, 열린 결말로 내버려두었다고 할 수 있음.
  • 대신 이 작품에서 특정한 색깔, 특정한 정체성의 확립보다 주목해서 다룬 것이 바로 ‘누군가와의 관계’였음.

◎ 현명한 카멜레온은 주인공이 자신의 색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정해진 색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면서 함께 하는 관계를 제안함.

  • 중요한 것은 비종결적인 존재인 우리가 관계 속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음.

◎ 이 작품에서는 카멜레온이 ‘변화’를 기본으로 하는 자신의 정체성―사실은 모두가 지닌 비종결적 특성을 마침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마침내 행복을 찾는 모습을 그리고 있음.

  • 정체성을 비롯하여,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에 사람들 또한 변하지 않는 ‘안정’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음.

◎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에서 강조한 ‘함께 하는 관계’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라고 할 수있음.

  • 이 작품에서는 언뜻 불안정하게 보이는 비종결성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행복을 찾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줌.

 

◎ Lionni 작품들 가운데 비종결성이 가장 주요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는 아래 10개의 작품이 있음.

  • 모험을 통해 리더로 거듭나는 「으뜸 헤엄이(Swimmy)」,
  •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이 나타난 「세상에서 가장 큰 집(The Biggest House in the World)」,
  • 모험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선사하게 된 「새앙쥐와 태엽쥐(Alexander and Wind Up Mouse),
  •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길 위에 오른 존재를 형상화한 「작은 조각(Pezzettino)」,
  • 종결되지 않는 색깔 속에서 타자와 함께 하는 의미를 찾은 「제각기 자기 색깔(A Color of His Own)」,
  •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뛰어넘은 「토끼가 된 토끼(Let's Make Rabbits)」,
  • 자신의 능력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도전에 나선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Cornelius)」,
  • 오해라는 틀을 넘어서는 모습을 그린 「니콜라스 어디에 있었어?(Nicolas, Where Have You Been?)」,
  • 주어진 한계를 거부하고 벽을 넘는 용기를 보여 준 「틸리와 벽(Tillie and the Wall)」,
  • 고정된 공간을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는 과정을 그린 「그리미의 꿈(Matthew’s Dream)」이 있음.

◎ Lionni의 작품이 포함하고 있는 비종결성은 그림책의 주요 독자가 어린이라는 사실과 관련될 수 있음.

  • 어린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하며 미래를 향하는 존재이기 때문임.
  • 선행연구에서 5세 유아를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시간에 나타나는 대화를 살펴본 결과, 유아들이 나누는 이야기 안에서 종결짓거나 제한하는 대화 대신 새로운 이해와 창조에 열려 있는 대화가 나타남(박경서, 2020).
  • 이러한 결과는 그림책이 담고 있는 비종결성의 특성이 그것을 읽는 실제 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그들의 현실 속 대화 안에서도 표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함.

 

3) 카니발적 특성을 드러내는 작품들

① 카니발적 특성

◎ 본 연구에서는 Bakhtin(1965)이 제시한 카니발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 봄.

  • 카니발은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집단성, 위와 아래를 뒤집어 놓는 뒤집힘과 전복, 금기의 깨어짐, 이질적인 것의 섞임, 왕의 대관식이나 탈관, 욕설, 그로테스크한 육체 등으로 형상화됨(Bakhtin, 1965; Morson & Emerson, 1990).

◎ Bakhtin(1965)은 카니발의 여러 형상화된 모습의 근간에 흐르는 것이 ‘웃음’의 원리라고 강조함.

  • 그는 카니발의 웃음이 개인적인 반응으로서의 웃음이 아니라 민중이 함께하는 보편적인 웃음을 뜻하며 유쾌한 동시에 비웃는 웃음이거나 긍정인 동시에 부정적인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함(Bakhtin, 1965).
  • 더 나아가 웃음은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제한에 대한 극복과 그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자유와도 연결될 수 있음.
  • 불확정적이고 불안한 세계 안에서 인간은 다양한 위협 요소를 만나지만 웃음이 자리하는 순간 그것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주 보거나 일어서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음.

 

<연구 결과 — 3. 카니발 (초록 꼬리)>

프레드릭

◎ 이 작품은 직접적으로 카니발 축제를 소재로 하고 있음.

  • 전체 구성원의 참여, 화려한 행진, 나팔, 가면 그리고 웃음까지 다양한 카니발의 요소와 특징을 보여 주고 있음.
  • 그러나 웃음과 즐거움으로 시작했던 카니발에서 그들은 자신의 본모습을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 평화롭던 공동체의 모습마저 두려움과 의심이 가득한 모습으로 바뀌게 됨.

◎ 이 작품은 카니발적 요소 및 특성을 보여주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근간에 어떤 것을 중요시 여기고 지켜야 할지까지 생각해보게 함.

◎ 카니발은 원래 기나긴 사순절 금식 전의 축제로 삶의 고통이나 애환을 축제와 웃음을 통해 순화하는 기능을 지녔음.

  • 그렇기 때문에 도시 쥐가 말한, 대부분의 시간이 우울하고 위험한 도시의 환경에서는 고통의 승화와 카타르시스라는 카니발의 순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
  • 그러나 숲 속 들쥐들의 상황은 도시 쥐와는 달랐고, 아무 근심도 없는 평화로운 환경에서 특정한 목적도 없이 도시의 카니발을 그대로 모방하였기에 역기능이 나타남.

◎ 그저 맹목적으로 ‘축제를 위한 축제’, ‘뒤집힘을 위한 뒤집힘’을 추구하였기 때문에 숲 속 들쥐들에게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음.

  • 다시 말해 상황이나 목적을 고려하지 않고 경솔하게 시작된 카니발은, 그것의 본질인 ‘웃음’ 같은 긍정적 효과 대신 자신의 모습을 잊고 공포가 만연한 세상이라는 생각지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지게 됨.

◎ 결국 이 작품은 카니발이 의미하는 ‘바뀐 세상’, ‘뒤집힌 세상’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상황과 대상을 잘 구별해야 한다는 점까지 생각해 보게 함.

  • ‘전복’이라는 것이 카니발의 대표적인 속성으로 여겨지며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니발이 맹목적으로 아무 것이나 바꾸거나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지켜야할 것’과 ‘뒤집어서 보아야 할 것’은 신중하게 구별되어야 함.

◎ 한 들쥐가 자신의 꼬리를 초록색으로 칠한 것은 가벼운 변화로도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본래 모습, 즉 지켜야 할 본모습을 다른 색으로 덮어 함부로 뒤집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함.

  •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초록 꼬리 쥐가 나중에 어떤 방법을 써 보아도 꼬리의 초록색을 지우지 못한 것으로 설명됨.
  • 이 작품의 맥락에서는 초록 꼬리가 가벼운 변화를 의미하기 보다는, 충분한 고려와 목적 없이 그저 남의 것이 좋아 보여서 시작한 변화나 뒤집음이 나중에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고 할 수 있음.

◎ 이 작품 역시 다른 작품들처럼 카니발의 근본적 요소로 여겨지는 웃음을 담고 있음.

  • 그런데 이러한 웃음은 작품의 첫 부분―그들이 자신의 본모습을 잊기 전―과 마지막 부분―그들이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은 후에만 나타나 있음.

◎ 중간 부분에 그들이 가면에 취해 정말 중요한 주체의 본모습을 잊었을 때 카니발의 가장 근원적인 웃음이사라지고, 현실의 공포를 극복할 힘 대신 오히려 허상의 공포에 빠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음.

  • 결국 카니발의 웃음 속에 기억해야 할 목소리는 가면 속에 울리는 허상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진짜 목소리라고 할 수 있음.

 

◎ Lionni 작품들 가운데 카니발적 특성이 가장 주요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는 아래의 5개 작품이 있음.

  • 거짓말로 뒤집힌 세상을 보여 주는 「생쥐는 버섯이 말을 한다고(Theodore and the Talking Mushroom)」,
  • 카니발의 다양한 측면을 형상화한 「초록 꼬리(The Greentail Mouse)」,
  • 이질적인 것의 섞임을 잘 드러내는「In the Rabbitgarden」,
  • 존재의 뒤집힘 속에서 웃음을 통한 극복을 그린 「Mr. McMouse」,
  •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잃고 살아가는 「아주 신기한 알(An Extraordinary Egg)」을 들 수 있음.

◎ 위의 작품들에서는 카니발의 여러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웃음’이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함.

  • 웃음은 즐거움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혼란을 극복하는 능동적인 힘으로서 의미를 지님.
  • 웃음은 개인이나 공동체가 뒤집힌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줌.

◎ 카니발적 특성은 유희성이나 개방성의 면에서 어린이라는 존재의 특성과도 유사하며 동시에 어린이의 활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놀이의 특성과도 닮아 있음(Trawick-Smith, 2001).

  • 선행연구에서 3-4세 유아들의 가상놀이를 살펴본 결과, 가면이나 복장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큰소리로 대화하고 웃으며, 사물을 뒤집어 보면서 즐기는 행위 등 카니발적 요소가 나타남(Cohen, 2011).
  • 국내 연구에서도 만 5세 유아의 교실에서 관찰되는 대화에서 웃음이 가득한 카니발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교사가 엄숙한 분위기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웃음을 통해 유아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함(오정희, 2013).

 

 

Ⅴ. 맺음말

 

1. 연구의 의의

◎ 본 연구는 Lionni의 작품을 Bakhtin의 대화주의에 기초하여 조명함으로써 그 문학적 특성과 가치를 확인하였으며 그림책 평론의 활성화의 측면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음.

  • 현재 한국 그림책 시장의 급속한 양적 팽창은 옥석을 가려내는 기준과 혜안을 절실하게 요구함.
  • 이 상황에서 그림책 평론은 좋은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의 기준과 새로운 눈을 제시해줄 수 있음(이오덕, 2008; 임성규, 2008; 현은자, 2017; 현은자, 김주아, 국경아, 2018; 현은자, 김주아, 2019; 현은자, 이지운, 2021; Tyson, 2012).

◎ 이오덕(2008)은 아동 문학이 아동 교육 및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작가만이 아니라 평론가 및 성인 모두가 작품을 논의하고 비판하여 좋은 책을 가려내어야 한다고 주장 한 바 있음.

  • 아동문학 평론은 아동문학의 질을 관리하고 아동 독자의 가치 판단에 도움을 주어 그들의 문학적 성장을 도울 수 있음(임성규, 2008).
  • 아동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텍스트인 그림책의 가치 판단을 위한 평론 작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현은자, 2017).

◎ 그림책 평론의 가치는 서로 다른 입장의 성인들 간에 소통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음.

  • 평론을 매개로 하여 아동을 둘러싼 다양한 위치의 성인들(교사, 학부모, 도서관 사서, 글·그림 작가, 서점 운영자 등)이 아동의 교육과 복지를 위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음.
  • 더 나아가 그림책 평론의 활성화는 대중문화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작금의 그림책 문화의 생산과 수용과정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