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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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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약속
글쓴이: 관리자
조회: 262
등록시간: 2020-05-19 16:28:22

제목 : 어떤 약속 (Nous avons rendez-vous, Marie Dorléans)

/그림/옮김: 마리 도를레앙/이경혜

출판사 : 재능교육

출판일 : 2019. 06. 17.

서평 : 정대련(동덕여자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푸른 밤, 눈이 시리도록 차가움이 느껴지는 푸른 색조에 별 가루를 흩어놓은 듯한 하늘에 어떤 약속제목이 조명등을 늘어놓은 듯 하얗게 줄지어 떠있다. 엄마가 비추는 랜턴 빛 따라 누나가 앞장서고, 어린 동생을 어깨에 무등 태운 아빠가 함께 바위산을 오른다. 앞뒤 표지가 보여주는 작품의 전모이다.

 

마리 도를레앙은 프랑스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뒤 스트라스부르 장식예술학교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일상적 삶 속에 만나는 환상적인 아름다운 장면을 작가만의 특별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창의적이면서도 예리하게 표현하여, 그림책 어떤 약속은 랑데르노 문학상 어린이 부문과 2019 소시에르 상에 선정되었다.

 

아직도 잠결 깊은 어스름 첫 새벽에 어린 딸과 아들을 깨워 나선 길, 여름밤이지만 서늘한 기운에 네 가족은 착실히 긴 옷을 차려 입었다. 그림 속엔 한밤 별빛이 완연한데, 글은 붓꽃과 인동덩굴의 새벽이슬 머금은 향기를 전한다. 아직은 밤길, 골목길에서 여름 낮의 뜨거웠던 잔열을 느끼고, 밤새 켜둔 등일까 이른 새벽을 깨우는 불빛일까 대저택의 기하학적 형태의 창에 비치는 불빛이 무도회의 상상을 일으킨다. 동네 끝 호젓한 작은 집에선 이층 방 하나에만 불이 켜져 어린 친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동네를 지나, 들판의 마른 풀 향기 맡고 풀벌레 소리 들으며 신작로를 따라 걷는 옆에는, 암소들이 엎드려 쉬며 어둠 속 걷고 있는 가족들을 응시하고, 어느새 어두운 푸르름은 옅은 빛을 머금었다. 검푸른 나무 숲 건너 멀리 아치형 다리 위에 기다란 기차가 점점이 불빛 싣고 지나가고, 두 어린 남매는 반가움에 손을 흔든다. 숲속으로 접어드니 훅 전해오는 젖은 이끼 향, 발에 밟히는 마른 가지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고사리, 어둠 속에 랜턴 빛 비추며 찾아든 가족들을 경계하듯 지켜보는 토끼와 사슴, 고개를 들면 나무숲에 둘러싸인 둥그스름 밤하늘에 은하수가 가득하다. 고요한 호수에 비친 보름달이 랜턴 빛과 나란히 세 번째 달을 초대하고, 네 식구는 잠시 풀밭에 누워 하늘 가득한 별천지를 누린다.

 

마지막 기운을 다해 서둘러 남은 바위산을 오르니 드디어 약속의 순간! 겹겹이 펼쳐진 까만 산봉우리들 위로 노오란, 주황 빛무리가 솟아오른다. 온 세상 환한 계란 빛 가운데 둥근 태양이 밝았다.

 

새해 첫날 해 뜨기 전, 지난 밤 심야의 종소리를 듣겠다며 늦게 잠을 청한 아이들을 깨워, 겹겹이 겨울 외투를 껴입고 가까운 산을 오른다. 세모 밤부터 진을 치고 새해 첫 해를 기다리는 등산객들로 가득한 대열 한 끝에 자리 잡고,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동쪽 하늘을 응시한다. 다행히 새벽 구름 사이로 오렌지 빛이 번지다가 입술같이 얇고 선명한 햇살 귀퉁이가 보이면, 수많은 인파가 한 소리로 떴다!”를 외치며 환호한다. 마지막 둥근 빛을 다 밀어 올릴 때까지 숨죽이고 기도하듯 바라보며 환희에 차 있던 사람들, 그 마음마다 희망과 소망이 일렁임을 느낀다

          

왜 우리들은 일출을 보려하고, 석양을 응시하길 좋아할까. 진정 아이들도 대자연의 섭리를 기대하고, 기꺼이 스스로 그 시간과 공간을 공감하려 할까. 한 밤중에 깨어나 졸린 채로 추운 밤길을 힘겹게 걸어야 하는 새해 첫 일출 바라기를 부모들보다 먼저 계획하고 앞서서 달려 나가 어른들을 이끄는 아이들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징징거리며 따라 나선 길에 힘든 시간을 버티고 마침내 차가운 겨울 일출을 맞이해본 아이들은 그 짜릿한 시간과 생생한 체험을 기억하며 다음 해 또 다시 졸린 눈을 비비며 애써 따라 나선다. 어떤 약속이 이루어지고 지켜지는 이유이겠다.

 

여기 어떤 약속을 간직한 네 가족은 아직도 한밤중 같던 푸른 밤 속에 출발하여, 긴 시간을 걸어 주변의 익숙한 자연과 친근한 사연들을 만나고, 넓고 넓은 밤하늘의 은하수 속 존재인 자신을 발견하며, 마침내 약속의 실체, 일출을 맞는다. 나의 이야기, 우리의 삶의 단면을 보는 듯 친숙한 이야기에, 절묘하게 찾아낸 깊은 밤 푸른 빛과 새벽녘 푸르름, 아스름한 푸른 빛 사이로 비치는 생명 넘치는 자연과 익숙한 사물들의 선이 면면마다 예술성을 증명하는 작품, 어떤 약속이다.

 

 

첨부파일 : 어떤약속.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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