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English  |   CONTACT US

자료실

Home > 자료실 > 추천도서 서평

추천도서 서평


수정   삭제   목록
춤추는 수건
글쓴이: 관리자
조회: 58
등록시간: 2019-08-30 22:47:34

제목 : 춤추는 수건

: 제성은 / 그림 : 윤태규

출판사 : 개암나무

발행일 : 2019617

서평: 김은심 (강릉원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어느 날, 햇볕에 잘 마른 수건들을 개다가 문득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라, 이런 수건도 있었나? 하는 마음으로 글자가 적혀 있는 수건들만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시 보육인 대회, **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대학교 홍보관 개관기념 등등. 수건은 지난 시간을 증명하듯 많이 낡았지만 글자들이 뽐내는 존재감은 여전했습니다.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훑어보기만 해도 잊고 지내던 옛날 일이 하나씩 떠오르더군요. 보육인 대회에서 인사말 하던 일,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서 영양을 소재로 한 어린이 사생대회 심사위원 하던 일, 입학관리본부장으로 홍보하던 일. 올이 풀리고 지저분해진 수건마저도 버릴 수 없어 차곡차곡 접은 채 장에 쌓아 놓았습니다. 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간 상처가 날지도 모를 만큼 거칠어졌지만, 조금 더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쓰레기통을 물려둡니다.

 

   ‘춤추는 수건은 딱 이런 마음을 그린 책이었습니다. 색감도, 그림도 세련되지 못하고 도시적인 느낌과도 참 멀어, 어찌 보면 조금 촌스러운 듯 싶기도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백구 한 마리와 색색으로 바랜 수건 20여장을 주인공으로 삼았더랍니다. ‘김옥분 여사 고희연 기념’, ‘정효주 공주 첫돌’, ‘만세 주식회사 춘계 워크숍 기념.’ 수건만큼이나 낡은 실로 수놓은 글자들이 소란하게 떠듭니다. 오늘은 낡은 수건 하나를 버리는 날이었군요. 유난히 시끄럽더라니 떨며 입씨름을 하는 모양입니다. ‘만세 주식회사 춘계 워크숍 기념수건은 담담합니다. 가장 낡은 것을 버린다면 분명 저일 것이라며 다른 수건들을 위로하는 모습이 슬퍼 보이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수건들의 이런 두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을 펄펄 끓이고, 부글부글 끓는 물에 수건들을 퐁당퐁당 빠뜨리고, 수건들을 삶고, 땀을 뻘뻘 흘리며 수건들을 하나씩 꺼내 빨래판에 치댑니다. 수건을 헹구고 물기를 꼭 짜고 탁탁 텁니다. 그러다가 문득 우두커니 섰습니다. 할머니의 눈이 수건에 쓰인 글자를 훑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두 발은 땅을 굳게 딛고 두 손은 가슴 앞쪽의 수건을 펼쳐 잡았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정 효 주 공 주 첫 돌 기 념 2 0 1 9 07 10’만세 주식회사 춘계 워크숍 기념하고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귀여운 손녀딸을 생각나게 하는 수건도, 또 지금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남편이 회사 다닐 때 마지막으로 갔던 워크숍 기념 수건도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할머니는 스무 개의 수건을 모두 널고, 눈물을 손등으로 꾹꾹 찍은 후 밝게 웃으며 집으로 들어갑니다. , 휠체어가 할아버지를 싣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여보, 수건들에 쓰인 글자를 봐요. 그동안 우리한테 참 행복한 일이 많았네요.”하곤 할아버지와 함께 수건들을 바라보지요.

 

   빛바랜 수건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다니. 그렇습니다. 주변에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루는 것이니까요. 색감도 그림체도 소박한 한 권의 그림책 덕분에 새삼스레 수건에 쓰인 글자들을 보며 슬그머니 미소 지어보는 어느 하루였습니다.

 

 

 

첨부파일 : 춤추는수건-표지.jpg
이름
비밀번호
수정   삭제   목록
다음글 : 외갓집은 정말 좋아!
이전글 : 안녕, 나의 등대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