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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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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어주었어
글쓴이: 관리자
조회: 191
등록시간: 2019-05-16 16:14:51

제목 : 가만히 들어주었어 (The Rabbit Listened)

글/그림/역 : 코리 도어펠드/ 신혜은

출판사 : 북뱅크

발행일 : 2019년 5월 15일

서평: 정대련 (동덕여자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세 살 반 나이의 람이는 어린이날 선물 받은 컬러 적목을 놀이 테이블에 가득 펼쳐 놓습니다. 빨강 적목, 파랑 적목, 둥근 적목, 사각 적목 …. 하나씩 들고 테이블 위에 쌓기 시작합니다. 반원 적목을 바로 놓고 엎어 놓고, 삼각 적목으로 지붕 만들고 성벽 쌓고, 정사각 적목을 겹쳐놓고 늘여놓고, 직사각 적목을 눕혔다가 세웠다가 …… 위아래, 앞뒤, 왼쪽오른쪽. 람이의  성이 조금씩 모습을 갖춰갑니다.

 

할머니가 초록 적목 하나를 집어 람이 쌓은 성 위로 팔을 뻗으며 묻습니다. “할머니가 같이 쌓아도 될까?” “아니야. 내가 할 거야.” 할머니는 잡았던 적목을 내려놓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분홍 적목을 찾아 들고 할머니가 묻습니다. “람이야, 여기에 올려놓을까?” “아니야. 내가 할 거야.” 할머니 손에서 적목을 받아, 람이는 넓고 높은 성을 이쪽저쪽 살펴보더니 성 앞에 겹쳐 쌓아 올립니다.

 

여기저기 요리조리 적목 하나하나 살펴가며, 한참동안 넓고 길게 높게 겹겹이 알록달록 공주성을 쌓던 람이가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며 외쳤습니다. “다됐다! 이쁘지? 할머니. 람이가 쌓았어. 엄청 멋지지?” 처음부터 끝까지 기어코 자기 혼자 쌓아 올린 컬러 적목 공주성을 람이는 한참동안 만족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곤 생각난 듯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할머니에게 말합니다. “할머니, 이거, 내가 만든 거, 사진 찍어줘. 엄마 보여주게.” 

 

그림책 「가만히 들어 주었어」의 주인공 타일러는 어느 날 적목 상자를 열고 뭔가를 만들기로 합니다. 뭔가 새로운, 특별한, 놀~라운 거 만들기. 마침내 멋진 성 쌓기를 마친 테일러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새들이 날아와 휩쓸고 지나가자 모든 게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몹시 낙심한 테일러는 두 무릎을 감싸 안고 동그란 공처럼 잔뜩 옹크리고 앉았습니다. 

 

닭이 다가와 “말해 봐. 말해 봐.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봐!” 곰이 다가와 “크아아아아아앙! 우와 끔찍해 정말 화나겠다. 그럴 땐 소리를 질러!” 코끼리가 다가와 “뿌우우우! 내가 고쳐줄게.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 잘 떠올려 봐봐.” 하이에나는 “히히. 그냥 웃어 버려!” 타조는 “후웅!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숨어버려!” 캥거루는 “커헝 커헝. 엉망진창이네. 그럴 땐 싹싹 치워버리는 거야.” 뱀은 “쉬이이이이. 우리 같이이이 다른 애들 거 무너뜨려버리자아아아!” 하나둘 동물친구들이 다가와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방법으로 테일러를 위로하려 하지만, 테일러는 그 누구와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 한 방울 눈 끝에 달고 오두커니 앉은 테일러의 등 뒤에, 토끼가 두 귀를 바짝 세우고 말없이 바짝 붙어 앉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토끼와 등을 맞대고 앉았던 테일러가 말합니다. “나랑 같이 있어줄래?” 토끼는 테일러가 ‘이야기 하는 거, 소리 지르는 거, 기억해 내는 거, 웃는 거, 숨는 거, 상자에 다 넣어버리는 거, 누군가에게 복수하려고 계획하는 거 … 모두 다’ 가만히 들어주고 또 들어주며 내내 테일러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때”가 되자, 테일러가 토끼에게 말합니다. “나 다시 만들어볼까?” “다시 해볼래. 지금 당장!” “정말 멋지겠지?” 짜잔~! 활짝 웃는 테일러와 토끼 앞에 멋진 성이 펼쳐집니다.    

 

마치 테일러와 람이는 또래친구인 듯, 생각이나 행동이 무척 유사해 보입니다. 내가! 내가! 무엇이든 자기가 만들기로 마음먹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어야 하고, 스스로 완성하고 만족해서 미소 짓는 모습도 닮았습니다. 자기가 이룬 성취가 누군가에 의해 훼손당하고, 좋은 마음으로 기쁨을 누리려던 계획이 방해 받았을 때, 낙담하고 분노하고 잔뜩 옹크리고 앉아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모습도 하나같이 똑같습니다. 그러다가도 결국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내 생각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친구가 있음을 알고, 하나 둘 새로운 생각을 열고 기꺼이 용기를 내 처음부터 다시 나만의 놀이세상을 열어가는 힘도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림책 작가 코리 도어펠드는 채색하지 않은 하얀 백지를 배경으로 한 없이 넓고 깨끗한 어린 마음을 표현하였을까요. 작은 아이의 시시각각 변하는 눈과 입 얼굴 표정과, 닫고 열고 웅크리고 펼치는 몸의 자세에 집중하게 하려는 장치로 하얀 배경을 선택했을까요. 눈앞의 사태에 따라 변하는 작은 아이의 감정선이 그대로 나타나는 커다란 눈망울, 동물친구 각각의 성격과 다양한 해법의 구현, 그들과 교류하는 아이의 몸과 마음의 방향, 작은 아이가 상상하고 펼치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환희 등, 작가는 배경색을 과감하게 덜어냄으로써 작은 주인공이 겪는 마음의 국면에 집중하도록 인도합니다. 

 

그림책 원래의 제목 「The Rabbit Listened」를 문자 그대로 이해하여 주목해보면, ‘듣는, 듣고 있는’ 토끼의 역할이 핵심입니다. 마음에 새겨진 상처로 슬픈 순간에 조용히 다가와 따뜻함으로, 고요함으로, 평온함으로 옆을 지켜주는, 그의 존재가 아닌 나의 존재로 남아있는 여백을 열어주며, 끝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고 새 출발의 첫 발을 내딛도록 기다려주는 “경청”의 가치가 빛나는 그림책입니다. 옆에 있음, 들어줌, 그리고 또 들어주는 기다림의 미학이 리듬감 있는 선, 그리고 사랑스러운 색과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작품임을 증명해 보입니다. 그림책 「가만히 들어 주었어」는 2018년 한 해 동안 “타임지 선정 BEST 10 어린이 책, 뉴욕 타임스 눈에 띄는 어린이 책, 뉴욕 공립 도서관 선정 최고의 어린이 책, 뉴욕 타임스 편집자 추천 도서, 월스트리트 저널 최고의 어린이 책, 인디 넥스트 리스트 선정 올해의 책” 등등에 선정되어, 우리 어린 친구들을 기다립니다.

 

첨부파일 : 가만히 들려주었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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