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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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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보이지 않아
글쓴이: 관리자
조회: 470
등록시간: 2017-12-15 11:27:26

 

 

책제목: 바람은 보이지 않아

글, 그림: 안 에르보, 번역: 김벼리

출판사: 한울림 어린이

출판일: 2015. 10. 5

원제: De quelle couleur est le vent?

서평: 해루 김의숙

 

  먼저 표지에서부터 색다른 모습이 엿보인다. 점자가 찍혀 있는 상태이다. 시각장애인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책을 여는 면지를 펼치자 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들을 수 있고, 들리지 않으나 볼 수 있다고 정의하면서 작가는 작품의 문을 연다. 그다음에 속표지를 열자마자 작은 손가락지문이 암시한다. 여기를 넘기면 이번에는 집 모양으로 뚫린 프레임을 통해 다른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온갖 것들이 잡다한 일상속에서 독자는 작게 난 이 프레임을 통해 들어가면서 그제야 주인공 소년을 만난다. 이 프레임을 통해 소년의 내면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문득 묻는다. 바람의 색은 무엇이냐고.


  그로부터 글과 그림의 조화에서 이보다 과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시도가 시작된다. 늙은 개와의 첫대면부터가 심상치않다. 개의 형상은 있되 디테일은 없다. 있을 필요도 없다. 늑대도 어렴풋한 어둠의 숲 그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 늑대도 코끼리도 새도 정밀하게 보여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예로 코끼리는 코끼리의 색과 상아만 보여주고 그 뿐이다. 모든 것은 작가의 추상성과 독자 상상의 날개 속에 나머지 숨겨진 그림들이 날개를 달 것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계속 묻는다. 바람의 색은 무엇인가고. 소년의 물음을 받은 사물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답을 댄다. 답들이 각자가 나름대로 짓는 시처럼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물을 타고 흘러가듯 글이 흘러가고, 그림은 그 리듬을 탄다. 어떠한 이미지도 꼭 그 이미지여야 할 필요도 없고 어떠한 디테일도 자신의 존재를 강조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디마디 타고 올라가는 글의 흐름에 그림들이 강물처럼 바람처럼 같이 흘러간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서도 강약의 정확한 조절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은은하며 수려하게 흘러가는 색과 면 속에 어떤 점에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거기서 호흡을 맞춘 뒤 다시 또 어떤 지점으로 돌아와야 하는지 작가는 아주 영리하게 알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반질반질하면서도 투명한 에폭시 인쇄의 촉감, 오톨도톨한 형압 효과, 그뿐만 아니라 도무송 작업을 통한 프레임을 통해 페이지마다 다양한 이미지 소통을 꾀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바람의 색에 대한 질문이며 답변들이다. 그러나 물어도 물어도 소년의 물음에 대한 답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질문의 답에 가서야 소년은 깨닫는다. 바람은 그가 모든 질문에서 만난 답처럼 모든 색이며 그 바람은 가장 가까운 곳, 바로 이 책에서 이는 바람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어린이그림책에서 이렇게 문학적 전개와 회화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면서 마음대로 유영하는 모습이 참으로 경이롭다. 글과 그림의 수준이 매우 탁월한 경지에 이른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그럼에도 안 에르보의 다른 작품들까지 함께 감상하노라면 의문점이 생긴다. 꼭 독자와의 눈높이를 맞추려 애쓰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분명 난해한 언어와 이미지들의 해석에는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점차 자유로운 회화의 추상성을 향해 그림책들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기에 앞으로 여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첨부파일 : 바람은-보이지-않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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